오는 22일 개봉하는 '마루이 비디오'(감독 윤준형)는 절대 공개돼선 안 되는 의문의 비디오를 손에 넣은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발생한 한 달간의 사건 기록을 다룬 영화로, 파운드 푸티지(실제 기록이 담긴 영상(푸티지)을 발견해(Found) 다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표현한 장르)와 오컬트 요소가 결합한 공포 영화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마루이 비디오'란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폭력적이고 잔인함의 수위가 높아 절대 공개될 수 없는 영상을 일컫는 은어로, '극비'를 뜻하는 일본어 '마루히(丸秘·マル秘)'에서 파생된 단어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열린 '마루이 비디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준형 감독과 배우 서현우, 조민경은 영화를 두고 '현실감'과 '체험'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윤 감독은 숲에서 들리는 '아버지'라는 의문의 소리를 추적하는 해외 공포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고 '목두기 비디오'의 콘셉트를 떠올렸다. 이렇게 2003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단편 영화 '목두기 비디오'는 실제 사건으로 오해한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 조사와 언론사 취재, SBS 방송 '백만불 미스터리'에 제보가 되는 등 해프닝을 겪을 정도로 현실감과 공포감을 선사했다.
그런 윤 감독이 '목두기 비디오'를 확장한 '마루이 비디오'를 연출한 이유에 관해 "20년 전 치기 어린 영화학도가 만든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셨지만, 내겐 숙제같이 남아 있었다"며 "구천을 떠도는 경호의 이유에 관해 계속 집착하게 됐다. 이는 '목두기 비디오'와 많이 닿아있지만 (이를 보다) 확장해서, 개인 영화 역사에서 숙제하는 느낌이 좀 더 반영됐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 김수찬 PD와 홍은희 기자 역의 배우 서현우와 조민경은 '마루이 비디오'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매력으로 '체험'을 들었다.
서현우는 캐스팅 과정에서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가 아닌 취재 일지 형태의 문서를 받았다. 그는 "이미 그 자체부터 관심이 생겼다. 호기심이 무척 생기기 시작했다"며 "배우로서 연기하고 있지만, 어떨 때는 실제적인 체험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이러한 욕망을 장치적인 안에서 내게 체험시켜 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그놈이다' 때 본 감독님의 집요함을 기억했다"며 "그래서 이런 시나리오 이상의 일지 형태, 취재를 위한 파일 형태의 글을 접했을 때 이건 굉장한 작업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민경은 먼저 "처음엔 굉장히 무서울 거란 생각이 들어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러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서워 보이는 사건 안에 가족과 그 안에 있는 조경호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당시 내게 있던 답답함이 조경호와 이어질 수 있겠다는 확인이 있었다"며 두려움이 확신으로 변하는 과정을 전했다.
이어 "이전에는 캐릭터를 만지고 행동을 정하고 시선을 두는 걸 많이 고민했다면, 이 작업은 내가 정말 기자가 된 느낌으로 취재팀원과 함께 작업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확신 또한 들었다"며 "정말로 체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가장 큰 관건은 진짜처럼 보이느냐 가짜처럼 보이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결판이 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배우를 뽑는데 굉장한 공력을 들였다"고 말했다.
감독은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리얼한 몰입감을 더하기 위해 무명이거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로 캐스팅을 진행했다. 김수찬 PD 역의 서현우 역시 대본 없이 인터뷰이로 등장한 배우들에게 진짜 PD가 된 것처럼 궁금한 점들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서현우는 "취재하는 일련의 상황들을 맞이할 때 내가 뭔가를 감정적으로 느끼고 판단하는 것보다 내가 취재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보게 될 분들을 위해 템포 역시 많이 기다렸다"며 "이런 호흡들이 기존에 해온 호흡 방식과 굉장히 큰 차이가 있었다. 관객들이 따라오실 수 있도록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안내받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들 때문에 배우들은 현장에서 공포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조민경은 "촬영지 자체가 어둡고 많이 그늘진 곳이 많았다"며 "그래서 잠이 들기 전에는 항상 암전시키지 않고 불을 켜놓는다던가 간접 등을 켜놓고, 절대 거울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취침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파라노말 액티비티' '곤지암' 등처럼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담은 작품들과는 다르게 '마루이 비디오'는 한 가정사를 쫓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았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서현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정말 많은 스태프의 노력 속에서 나도 감독님과 같은 마음으로 촬영했다. 현장 스태프의 동선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마루이 비디오' 팀이 내게 주는 의미가 특별하다"며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쌀쌀한 날씨에 오싹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극장에 꼭 오셔서 영화를 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