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기후'전의 출발점은 '알프스 연작'(지하 전시장)이다. 작가는 2006년 석회암으로 이뤄진 뾰족한 봉우리와 빙하가 어우리진 알프스 일대를 답사했을 당시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2018년부터 '알프스 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붉은색 암석, 푸른색 빙하, 초록색 초목 등 색감이 생생하고, 산의 풍경을 근육, 몸통, 팔과 다리 등 인체 일부와 연결시킨 점이 독특하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가장 장엄한 순간은 해가 질 때다. 그것을 매일 반복해서 본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뚜렷한 울림을 준다고 생각해 해가 지는 순간을 모았다"며 "일몰 때 장엄한 교향악을 듣는 느낌을 받았다. 색을 겹쳐 칠하는 방식으로 당시 느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에서는 변화무쌍한 구름과 일출 풍경을 볼 수 있다. 이중 'M40'과 'M41'은 작가가 거대한 먹구름에서 인체의 형상을 연상하고 표현했다. M40은 얼굴의 측면, M41은 다리를 포갠 채 반대편을 보고 누워있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삼원색의 중첩을 통해 먹구름만의 오묘한 회색을 뽑아냈다"고 말했다.
작가는 "알프스 연작과 M 연작은 구상이면서 추상이고, 추상이면서 구상"이라며 "'하늘은 위계나 한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출품작은 크기에 상관 없이 전시장에 똑같은 간격으로 배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