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행정대집행 앞두고…서울시 "마지막까지 답변 기다릴 것"

분향소 끝까지 지키겠다는 유가족 측과 평행선…대화 여지는 남겨둔 상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5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규석 기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 대한 자진철거를 거부한 가운데, 서울시는 "유가족들이 아무런 답변 없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15일 오후 입장문을 공개하면서 "추모의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고인들에 대한 추모 또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원칙 대응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시는 "서울광장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전제로 합법적인 어떤 제안도 상호 논의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유가족 측의 답변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곧바로 행정대집행, 즉 강제철거에 들어가기 보다는 마지막까지 대화로 풀어보자는 의지를 나타낸 것. 그러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측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끝까지 지키겠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찰이 분향소 주변에 버스로 차벽을 형성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장규석 기자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서울시가 설정한 자진철거 시한인 15일 오후 1시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29일 그날밤 우리 유가족들은 이태원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그러나 오늘은 우리아이들을 시청광장에서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분향소 자진철거 요청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유가족들에게는 희생자들을 온전히 추모할 권리가 있고 억울함을 밝히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는데…이를 보호해야할 정부와 서울시가 왜 우리를 겁박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누구도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었고, 영정과 위패, 유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한 조문은 누구를 위한 조문이었나"라고 반문하면서 "(유가족들은) 시청광장 분향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간주하고 허용할 수 없다는 서울시와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 공간을 지키겠다는 유가족 측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강제철거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분향소 주변에는 경찰 버스가 차벽을 형성해 둘러싸고 있고, 경찰 병력도 대거 투입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철거시한을 전후해 경찰에 협조 요청을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의 유가족 측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힌 만큼, 행정대집행 직전 극적 타협 가능성도 아직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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