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에 홀로 살고 있는 김인순(가명· 81) 할머니.
김 할머니는 요즘 AI 스피커와 대화를 많이 한다. 2년 전 막내 아들마저 직장 문제로 서울로 상경하면서 집에서 대화할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AI 스피커가 자식들보다 자신을 더 잘 보살펴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그녀는 며칠 전에도 AI 스피커에게 "아파 죽겠어"라고 말하자 곧바로 서구청 복지사로부터 전화가 와서 안심했다고 한다.
최근 대화형 AI인 '챗 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을 활용한 복지서비스에 대한 효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증됐다.
KT는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이정화 교수 연구팀이 광주시 서구청과 KT가 추진한 'AI 스피커 기반 케어 서비스'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청이 AI 스피커를 활용한 케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년 8개월만이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 서구 농성 1동의 노인 인구 비율은 23%이고, 노인 중 독거노인 비율은 34.1%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전국 평균 노인 인구 비율은 17.5%이고 독거노인 비율은 20.8%다.
서구청은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2021년 6월부터 KT와 함께 AI 스피커 기반 케어 서비스를 추진해 왔다.
AI 스피커 기반 케어 서비스는 취약 계층에게 전용 AI 스피커를 제공하고 IoT 문열림 센서와 스마트 스위치를 연동해 고독사 예방과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서비스다.
KT AI 케어 서비스는 'AI 스피커-KT텔레캅-119 안전신고센터'가 365일 24시간 연동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남대학교 이정화 교수 연구팀은 해당 서비스의 효과성을 연구하기 위해 광주 서구의 212명을 전수 조사하고 양적·질적 연구를 병행했다.
연구팀은 AI 스피커 기반 케어 서비스가 이용자의 우울감을 낮추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건강수준 개선 및 유지 80.0%, 우울감 감소 63.5%, 고독감 감소 65.9%, 불안감 감소 효과가 72.6%로 나타났다.
또 이용자 과반수는 정서적 어려움 해소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고, 이 서비스 사용 후 속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더 많아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45.9%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I 스피커 기반 케어 서비스가 이용자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었고, 이를 통해 이용자의 사회적 지지 수준이 제고됐다고 분석했다.
자주 사용하는 AI 스피커 기능은 이용자별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고령이고 저학력일수록 서비스 전반에 걸쳐 이용 정도가 높았다.
특히 이용자가 자녀의 정서적 지지를 적게 인지할수록 '일일 안부 확인 기능'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하면서 AI 스피커가 이용자의 정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스피커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으로 알려진 '응급 알림 기능'은 이용자가 평소에 인식하고 있는 정도가 '상담 기능'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조사 기간에 발생한 응급 알림은 월 평균 1.9건이었고 실제 응급환자 구조 사례는 8건으로 나타났다.
지혈 불가와 급체,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응급 사례를 AI 스피커가 접수했고 이후 119 구조대원을 통해 병원에 이송되는 과정까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이정화 교수는 "AI 스피커가 고독사 예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 돌봄 대상자를 발굴할 때 기존 취약계층 외에도 가족과 관계망이 부족한 대상자에게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KT AI 케어 서비스는 지난 2021년 전국 최초로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광주 남구, 전남 나주 등 호남권으로 확산됐다.
또 이 서비스의 사용자층이 고령층에서 장애인과 치매 취약 계층 등으로 확대됐다.
KT는 기존 AI 스피커에 IPTV 서비스 '지니TV'까지 추가 연동해 확장된 개념의 AI 케어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전남 진도군에서 이달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