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돈 받고 파는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HACCP 인증이 사기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A씨는 이전에 한 해썹 업체의 그릭요거트에서 박스 포장 조각이 나와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에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또다른 해썹 업체의 고추부각 제품에서 튀겨진 고무줄이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이슈였던 '곰팡이 김치'도 해썹 인증 받았었다"며 해썹 업체들의 문제 사례를 지적했는데요. 이에 누리꾼들 역시 댓글을 통해 "해썹 인증 받는 건 어려운데 연장하는 건 거의 서류만 본다", "해썹이라고 만능이 아니고 어느 정도 기준을 통과한 업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등 불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해썹 업체들 스스로 인증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위반 업체 중에는 대기업도 상당수 포함됐고, 2회 이상 적발된 곳도 늘었는데요.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해썹 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곳으로 계열사 포함 30건을 기록한 롯데가 꼽혔습니다. 이어 22건이 적발된 SPC삼립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업체는 2018년 26개소에서 2021년 61개소로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위반 업체에 대한 불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안전조항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업체를 상대로 즉시 해썹 인증을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인증이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2017년부터 약 5년간 연평균 363곳 이상의 해썹 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지만, 인증이 취소된 곳은 11% 정도인 40여 곳에 불과합니다. 특히, 2020년에는 인증 취소 비율이 4% 수준 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법을 어긴 업체들 중 대다수가 해썹 마크를 계속 달고 있다는 뜻이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해썹 인증업체 정기평가 결과 부적합 비율은 2020년 7.9%에서 지난해 상반기 12.3%로 증가했습니다. 원부재료 검수, 작업장 세척소독, 지하수 살균소독 등의 '주요 안전조항' 위반 및 '관리기준' 미흡(85% 미만)에 해당해 '부적합'으로 판정됐죠.
식약처의 해썹 의무적용 확대로 2021년 말 기준 국내 생산 식품의 약 90%가 해썹 제품이었는데요. 반면 정기평가 대상이 된 해썹 업체 수는 2018년부터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인력 부족 등으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죠. 축산물에도 단계적으로 해썹 의무적용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해썹 업체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1995년 국내 도입돼 올해로 28년째를 맞은 해썹(HACCP) 인증 제도. 정부는 모든 식품의 해썹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영세 업체는 인증을 받기 위한 위생안전 시설부터 사후 운영 인력까지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데요. 그러나 정부는 해썹 인증에 필요한 위생안전시설 개선자금 예산을 매년 줄였습니다. 2020년 60억 8300만 원에서 2022년 25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죠.
남인순 의원은 "해썹 적용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개선하고, 해썹 인증받은 영세 소규모 업체에 대해 최대 1천만 원의 시설개선비를 국비에서 지원하는데, 매년 관련 예산을 감액해온 것은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썹 업체의 수고와 소비자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썹 인증에 대한 신뢰성과 효율성을 따져볼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