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운명을 결정할 승부처였지만 다소 애매한 심판 판정이 경기의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양 팀 감독들은 경기 후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경기 중 판정에 날이 선 모습을 보였다. 세트 스코어 1 대 1로 맞선 3세트, 13 대 16으로 뒤진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캣벨의 안테나 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이때 보기 드문 동시 접촉 판정이 나오자 김 감독이 격분한 것.
김 감독은 "옆 화면을 보면 확실하게 나오는데 그걸 못 보면 어떡하느냐. 블로킹이 먼저 맞지 않았는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공이 상대 블로킹에 먼저 맞고 안테나를 건드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수 차례 영상을 돌려본 결과 블로킹과 안테나를 동시에 터치했다고 판단하고 리플레이를 선언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판정에 대해서는 지금 와서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면서도 "내가 봤을 땐 상대 블로커의 손에 먼저 맞았다고 봤다. 동시 접촉이 나올 수가 없는데 판정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 않나.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면서 "감독들도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하지만 (심판은) 경기 운영에 신경을 더 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당사자인 캣벨도 판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나는 (동시 접촉을) 동의하지 않는다. 공을 칠 때 느낌이 있는데, 상대를 먼저 맞고 안테나를 건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경기가 리플레이가 돼서 괜찮다"면서 쿨하게 넘어갔다.
미들 블로커 양효진의 오픈 공격을 도로공사 박정아가 막아냈고, 바운드된 볼이 정대영의 팔에 맞은 뒤 얼굴을 스쳐갔다. 이때 양효진이 심판에 정대영의 더블 컨택을 주장하며 항의했지만 심판은 한 동작으로 판단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비디오 판독 기회도 모두 써버려 이 상황을 다시 짚고 넘어갈 수도 없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경기 후 판정 논란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아쉽다. 매번 나오는 상황이지만 심판이 결정하는 거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일 흥국생명전에서 나온 석연찮은 판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감독은 "심판들이 집중해서 잘 판단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배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점수 하나로 승패가 좌지우지되는데 아쉽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경기 중 리베로 김연견이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졌지만 랠리를 중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 선수 보호 차원에서 랠리를 중단해야 했지만 심판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고, 강 감독은 당시 이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랠리를 마치고 나서야 트레이너 코치에 들려 코트를 빠져 나온 김연견은 오른쪽 발목 인대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2주간 깁스로 발목을 고정한 뒤 추가 검진 결과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판정 논란으로 얼룩진 3세트를 마치고 4세트에서 도로공사가 경기를 끝냈다. 1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귀중한 승점 3을 수확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승리로 3위(승점 47) 굳히기에 성공했다. 4위 KGC인삼공사(승점 41)와 격차를 6으로 크게 벌렸다. 반면 현대건설(승점 61)은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 흥국생명(승점 60)과 격차를 벌리지 못해 선두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