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4일 패소했다.
앞서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계없이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판단했고, 이날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지만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5명이 일본 기업 니시마츠 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청구 금액은 개인당 1억 원이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청구권 소멸시효를 계산하는 기준을 언제로 볼 것인가'였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개인들의 청구권은 살아있다'라며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줬던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도 2013년 7월, 원고(강제징용 피해자) 승소로 판결했다. 미쓰비시가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원고 승소로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다수의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변수는 소멸시효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할 것인지였다.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2012년 5월로 볼 것인지, 확정 판결이 나온 2018년 10월로 계산할 것인지를 두고 현재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다. 그 사이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끝나 청구권은 소멸된다.
앞서 2018년 12월 광주고법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을 기준점으로 삼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날 니시마츠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2012년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의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니시마츠 측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원고들의 청구권 소멸을 주장하지만, 관련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라면서도 "다만 대법원 판결 중에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기산해야 하는지가 쟁점인데, 저희 재판부는 파기환송 판결한 최초의 판결(2012년 5월)을 소멸 시효 기산점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 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봐서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라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라고 판결했다.
니시마츠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지난 2019년에 소송을 냈는데, 재판부는 2012년 5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준으로 3년을 계산해 청구권 소멸 시효가 2015년에 이미 종료됐다고 본 것이다.
이날 패소 판결 이후 피해자 유족 측은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유족들의 의사를 물어 항소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확정 판결이 나온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하급심 판단이 이런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도 언제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볼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