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무단 철거한 송파구청장…'불법 현수막 설치' 전력

정당 현수막 2차례 '무단 철거'한 송파구청장, '불법 현수막' 설치 전력
열흘 넘게 불법 현수막 수십장 내건 송파구청장…"불법 현수막" 시인
'오락가락' 불법 현수막 철거 기준…스스로에겐 '관대'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일대에 서강석 송파구청장(국민의힘 소속)이 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 응원 현수막. 더불어민주당 김호재 의원 제공

정당한 정당 현수막을 '불법 현수막'이라며 2차례에 걸쳐 무단으로 철거한 송파구청장이 정작 자신은 명백한 '불법 현수막'을 직접 설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강석 송파구청장(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구청장 명의의 불법 현수막 40여 개를 열흘 넘는 기간 동안 설치했다. 심지어 서 구청장은 해당 현수막이 "불법 현수막"이라고 스스로 시인하면서도 "불법이지만 열흘도 둘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서 구청장은 지난 5일과 9일, 2차례에 걸쳐 진보당 현수막을 '불법 현수막'이라며 무단 철거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현수막은 성비위 의혹이 있는 인사를 구청 산하기관 이사장으로 임명한 서 구청장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열흘 넘게 불법 현수막 수십장 내건 송파구청장…"불법 현수막" 시인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일대에 서강석 송파구청장(국민의힘 소속)이 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 응원 현수막. 더불어민주당 김호재 의원 제공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7일~18일 12일간 서울 송파구 일대에는 서 구청장의 명의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무려 42개나 설치됐다.
 
해당 현수막은 현행법에 의하면 '불법 현수막'이다. 옥외광고물법은 지정된 장소 이외에는 현수막을 걸지 못하게 금지·제한하는 규정(제4조)을 두고 있다. 다만 정당 활동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당 현수막'은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더 많은 곳에 설치할 수 있다.
 
반면 구청장을 비롯한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이 자신의 명의로 설치한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이 아닌 '개인 현수막'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당 현수막과 달리 지정된 장소(적법하게 설치된 게시시설)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즉 서 구청장이 걸었던 수능 응원 현수막은 지정된 장소 이외에 설치된 '불법 개인 현수막'이었다. 불법 현수막은 구청이 곧바로 철거해야 하는 '즉시 정비 대상'인데도, 해당 현수막들은 철거되지 않고 열흘 넘게 버젓이 걸려 있었다.
 
심지어 서 구청장도 해당 현수막이 '불법 현수막'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스스로 시인했다. 지난해 12월 6일 열린 송파구의회 본회의 구정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호재 송파구의원이 해당 현수막을 불법이라고 지적하자, 서 구청장은 "불법 현수막이다, 법적 지위는 불법 현수막"이라며 "현행법에 게시대 이외에 게시된 현수막은 전부 불법 현수막"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서 구청장은 '옥외광고물법이 너무 복잡해 모든 사정을 반영할 수는 없다'며, 정황이나 구민 의사를 고려해 '불법 현수막'도 게시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구청장은 "불법이지만 5일 정도는 둘 수 있는 것"이라며 "행정 목적상 불법이지만 한 열흘도 둘 수 있는 것"이라는 '개인 해석'을 강변했다.

 

'오락가락' 불법 현수막 철거 기준…스스로에겐 '관대'


서강석 서울 송파구청장. 연합뉴스

이처럼 본인이 설치한 '불법 현수막'에 유연하고 관대한 서 구청장은 다른 정당 구의원이나 구민들이 설치한 불법 현수막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최근 적법한 형식과 내용을 갖춘 진보당의 현수막을 2차례 철거하기 이전에도, 서 구청장은 이른바 '불법 현수막' 철거에 적극 나서왔다.
 
지난해 11월 7일 송파 맘카페 회원들이 설치한 '핼러윈 참사 애도' 현수막 50여 개는 게시한 바로 다음날인 8일부터 철거되기 시작해 3일 만인 10일 모두 철거됐다.

송파구청은 추모 현수막의 경우 관혼상제 현수막에 해당하지만, 국가 애도 기간이 종료됐고 참사 장소가 송파구와 무관하기 때문에 불법 현수막이라는 행안부와 서울시의 해석을 근거로 내밀었다.

그런데 정작 구청은 국가 애도 기간이 지난 11월 13일까지 13일간 구청 명의로 참사 애도 현수막을 걸었다. 이번에는 구청은 공직선거관리규칙을 근거로 해당 현수막이 합법적인 광고물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내용임에도 구민들의 현수막은 '불법', 구청의 현수막은 '합법'이라고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민 셈이다.
 
심지어 이러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호재 구의원이 지난해 10월 1일 '삼전동~수서역 직통 송파구 최초 마을버스 개통 축하' 현수막을 걸었다. 해당 현수막은 개인 현수막이지만 지정 게시대에 걸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었고, 구청은 해당 현수막을 4일 만에 철거했다.

반면 송파구청이 지난해 11월 11일 같은 내용으로 걸었던 현수막 45개 중 25개는 지정 게시대에 걸리지 않아 불법 현수막에 해당하는데도 철거되지 않고 42일간 설치돼 있었다.
 
구청장의 일관성 없는 기준에 대해, 김호재 구의원은 "구청은 불법 현수막 정비기간조차 일관되지 못하고 정치적 편향으로 그때그때 다른 처분을 하고 있다"며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송파구청 측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질의한 건에 대해 따로 입장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