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이준석계'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이 당대표 본선에 진출한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가 '순천과 깊은 인연을 맺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그의 과거 행보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대표 시절 여순사건 위령탑 참배를 비롯해 수차례 순천을 찾았던 이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을 두고 전당대회는 물론 내년 4월 총선까지 염두에 둔 파격적인 행보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전남CBS 시사프로그램 '시사의창'에 출연해 "호남 출신이 아니라 호남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가려야 되는 상황이다"며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순사건에 대해 보수정당 내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임에도 불구 보수정당의 불모지로 불리는 호남(순천)에서 정치적 기반을 쌓아온 천 후보에 대한 언급이다.
이 대표는 이어 "앞으로 순천과 굉장히 깊은 인연을 맺은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순천을 기반으로 하는 천 후보가 중앙 무대에서 약진하는 동안 이 전 대표가 순천에서 정치적 반등의 계기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이 전 대표는 보수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여순사건 위령탑을 참배한 것은 물론 정치적 위기에 놓일 때마다 연고가 없는 순천을 비공식 일정으로 찾아왔다.
2021년 12월 대선 시기에는 '당대표 패싱 논란' 속에서, 지난해 7월에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잠행 중 순천을 방문, 지역 당원 등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일정은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 후보와 동행하기도 했다.
공식 방문에서는 전국 정당화를 위해 호남의 힘이 절실하다고 호소하며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고등교육기관 유치 등 전남 동부권 현안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과거 행적에 비춰볼 때 '순천과 깊은 인연을 맺겠다'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은 '빈말'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레이스 본격화와 함께 총선이 1년여 남은 시점이라는 점도 순천과 관련한 파격적인 행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대선 이후 당대표 공식석상을 돌며 "순천에서는 다음에 무조건 국회의원을 배출해야 한다. 여수·순천지역에 광범위한 인재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하한 인구수 미달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여수갑 선거구의 합구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수와 순천 등 전남 동부권에서는 순천시 갑을, 여수·순천시 갑을병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당대회로 몸집을 키운 천 후보의 내년 총선 순천 출마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 상태로, 선거구 획정에 따라 복수의 국민의힘 입지자가 순천지역 총선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천 후보를 비롯, 순천에서 재선을 지낸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까지 입지자로 거론되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 순천이 호남지역 컨트롤 타워를 맡는 전개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이 전 대표가 어떤 방향으로든 순천지역 총선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저도 서울에서 노원병 지역이라는 민주당 절대우세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 있는 젊은 보수 정치인들이 공천으로 협박하는 휘둘림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개척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며 "만약 천하람 위원장이 순천이라는 험지에 도전할 기회마저 뺏긴다면 순천시민들이 바로 잡아주셔야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