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창작 소재를 만들기 위해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술서로 대신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검찰에 추가 소환되며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문답에 응하지 않겠다는 1차 조사 때와 같은 전략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이 대표를 상대로 모든 질문을 이어갈 방침이다.
1차 조사와 중복 없어…檢, 200쪽 분량 새로운 내용 질문 준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넘어 청사에 들어선 이 대표를 곧바로 6층 영상녹화조사실로 데려가 조사를 시작했고, 오후 2시 무렵 1차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1차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우선 위례 신도시 관련 의혹을 먼저 조사했다. 이후 이 대표가 점심 식사를 마치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위주로 오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위해 질문지만 200쪽이 넘는 분량을 준비했다고 한다. 1차 조사 때보다 많은 분량이다. 검찰이 이날 준비한 질문은 1차 소환 당시 질문과 겹치는 부분 없이 새로운 내용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2차 소환 조사와 관련해 "1차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나 이 대표가 제출한 진술서 내용 중에서 확인이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진술서로 답변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1차 조사 당시 미리 준비한 33쪽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 진술서에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표, '성남FC·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간략한 입장 표명
이 대표는 이날 1차 소환 때와는 달리 작심한 듯 검찰 수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첫 번째 소환으로 떠들썩했던 성남FC 의혹 사건은 아직까지 뚜렷한 물증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국내로 송환, 구속됐음에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1차 소환 때 대장동과 미래 사업에 관한 입장은 검찰에 제출할 진술서에 모두 담았고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지,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의혹과 관련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을 잡아보겠다고 쏟아붓는 수사력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쏟아 넣었다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 사건이 무죄가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세사기 등 민생 챙기기 언급에…'회술레' 檢 향한 불만 표출도
이 대표는 검찰과 정권을 비판하며 민생 챙기기도 강조했다. 그는 "민생에 무심한 정권이 정권 정치검찰을 총동원해서 정적 죽이기 전 정권 지우기에 칼춤을 추는 동안에 곳곳에서 국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치솟는 대출이자 걱정에 제2, 제3의 빌라왕을 만나지 않을까 밤잠 설치는 국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한다. 국민의 불안과 고통 앞에 공정한 수사로 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권력은 대체 뭘 하는 중인가"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많이 억울하고 많이 힘들고 많이 괴롭다"면서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 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죄인을 처형하기 전에 얼굴에 회칠한 뒤 사람들 앞에 내돌림을 당하는 것에 빗댄 것이다.
이 대표의 회술레 발언에 검찰은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환 일정 조율시 이 대표 측에 '비공개 출석' 의사를 확인했는데 이 대표 스스로 공개 출석했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 측은 출석 날짜와 시간을 정해 검찰에 통보하고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에서는 이 대표가 곡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