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첫 날부터 이 정도로 강렬했던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주가 또 있을까.
미국 모기지 기업 유나이티드 호울세일 모기지(UWM)의 CEO(최고경영책임자)로서 50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억만장자' 맷 이시비아는 최근 피닉스 선즈 구단을 인수했다. 그는 지난 2000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64강 우승을 차지한 미시건 주립대학 농구부 출신이다. 농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시비아가 구단주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한 첫 날인 9일(한국시간) 피닉스는 2022-2023시즌 NBA 정규리그 판도를 바꿔놓을만한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브루클린 네츠의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를 전격 영입한 것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닉스는 포워드 미칼 브리지스, 포워드 캠 존슨 그리고 비보호 1라운드 지명권 4장, 2028년 지명권 교환 권리 등을 브루클린에 내주는 조건으로 케빈 듀란트와 포워드 T.J 워렌을 영입하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로써 피닉스는 크리스 폴, 데빈 부커, 디안드레 에이튼 등 각 포지션을 대표하는 정상급 선수에 케빈 듀란트라는 특급 스코어러를 더해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피닉스는 지난 2020-2021시즌 서부컨퍼런스를 평정하고 NBA 파이널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이끄는 밀워키 벅스에 우승을 내줬지만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며 서부컨퍼런스를 대표하는 강호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었고 이번 시즌에는 서부컨퍼런스 5위로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새로운 구단주는 출근 첫 날부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피닉스는 케빈 듀란트가 공식적으로 브루클린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작년 비시즌 기간에 영입을 추진했던 구단 중 한 팀이다. 당시에는 트레이드가 불발됐지만 수개월이 지나 마침내 케빈 듀란트를 품에 안았다.
1988년생인 케빈 듀란트는 2014년 정규리그 MVP, 파이널 MVP 2회, 득점왕 4회, 올스타 13회 선정, NBA 75주년 기념 팀 선정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에도 평균 29.7득점, 6.7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폭발적인 외곽슛을 바탕으로 득점을 생산하는 능력만큼은 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신장 208cm의 장신 포워드다.
피닉스는 케빈 듀란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팀의 살림꾼이자 특히 수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포워드 미칼 브리지스를 내줘야 했다. 다수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내줬다는 것도 미래를 감안하면 불안요소가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케빈 듀란트 정도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손실이다. 케빈 듀란트의 득점력,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그의 개인 능력은 당장 우승을 원하는 피닉스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번 시즌 약 4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케빈 듀란트의 합류로 구단이 내야 할 세금은 크게 늘었지만 피닉스의 새 구단주는 우승이라는 목표 아래 직진 페달을 밟았다.
현재 무릎 부상으로 코트에 서지 못하고 있는 케빈 듀란트는 2월 중순 이후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케빈 듀란트-카이리 어빙-제임스 하든 삼각편대를 앞세워 NBA 정상 등극을 노렸던 브루클린의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
하든은 지난해 필라델피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카이리 어빙은 "브루클린은 종종 나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말과 함께 최근 댈러스 매버릭스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케빈 듀란트마저 브루클린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브루클린은 '빅3'를 해체하면서 리빌딩 체제로 돌입했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향후 7년 동안 신인드래프트에서 행사할 수 있는 1라운드 지명권이 무려 11장이다.
이 와중에 카이리 어빙은 케빈 듀란트의 이적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SNS에 "그가 거기에서 벗어났다는 게 기쁘다"고 적으며 브루클린에 대한 불만을 한 차례 더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