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 코치는 넥센(현 키움)을 거쳐 2015년 kt에 둥지를 틀었다. kt에서 6시즌 동안 726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5리 772안타 77홈런 407타점 320득점 OPS 0.844로 활약했다. 2021년 kt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에는 kt에서 비보직 임시 코치로 활동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력 분석 등 구단 프런트 업무를 경험하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유 코치는 "전력 분석은 숫자로 기록되고, 코치는 그 숫자를 토대로 선수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면서 "지도자로서 필요한 부분을 준비하고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돌아봤다.
지도자 수업을 마친 유 코치는 올해 정식 코치가 됐다. kt 퓨처스팀(2군)의 타격 코치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 익산 야구장에서 열린 스프링 캠프에서 첫 업무에 들어갔다.
초보 코치인 만큼 아직 '코치님'이란 칭호가 낯설다. 유 코치는 "선수와 코치는 전혀 다르다. 선수 때는 나 혼자만 챙기면 됐지만 지금은 모든 선수들을 봐야 한다"면서 "적응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초보 코치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유 코치는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좌타자로 명성을 떨친 김기태 감독을 보좌하게 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퓨처스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그는 "감독님은 타격에 대해 전문가이시고, 리더십도 뛰어나셔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을 보며 리더십에 대한 방향성도 잡아가고 있다. 유 코치는 "감독님께서 착한 코치가 되지 말고 좋은 코치가 되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내가 느낀 좋은 코치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강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처스팀은 대부분 프로 무대에 막 발을 내딛은 새내기들로 구성됐다. 유 코치는 "퓨처스 선수들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모든 과정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지도자로서 포부를 밝혔다.
이런 유 코치는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는 "결국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면서 "프로 선수로서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 알고 꾸준히 이어간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kt에는 유 코치 못지않은 성실함의 아이콘이 또 있다. 영혼의 단짝으로 불린 주장 박경수(40)다. 두 선수는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뒤 눈시울을 붉히며 뜨겁게 포옹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경수는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도 주장 완장을 차고 미국 캠프지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유 코치는 박경수에게 "항상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부상 없이 잘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하지만 아직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박경수를 보면서도 그라운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 코치는 "선수로 다시 뛰고 싶은 생각은 없다. Kt가 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많이 배울 생각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