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실세장관'으로 불리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8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75년 헌정사상 처음이다. 야당이 든 탄핵 사유는 핼러윈 참사에 대한 대응 부실 책임이다.
참사 후 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결의하기도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했고 결국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이어졌다.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이 장관의 직무는 바로 정지됐고 최종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학교(충암고)와 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인 이 장관은 작년 5월 취임했다. 윤 정부 초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실세장관'이라는 세간의 평이 많았다.
작년 핼러윈 참사 발생 후 이 장관은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줄곧 야당의 거센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국회의 국정조사가 끝나고 경찰의 수사결과와 정부의 새로운 재난안전대책 등이 발표되면 이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장관 인사는 없었다.
거듭된 사퇴 압박을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버텨온 이 장관은 최근에는 미국 재난대응 시스템을 둘러보고 오는 등 재난총괄 부처 수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해 왔다.
이 장관은 10.29 핼러윈 참사 후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많았다.
참사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였다"고 한 것과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발언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참사원인을 예단하지 말자거나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의 말이라고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상민 장관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국민께 심려를 끼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도 "국회에 위임한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며 탄핵안 가결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또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국민안전 공백 사태가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행정안전부는 국민께서 맡겨주신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행안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즉각 정통관료 출신인 한창섭 차관 체제로 전환됐다.
행안부는 장관의 직무가 정지됐지만 업무 공백이나 내부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조만간 더 무게감 있는 정치인 출신 차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