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히 요금이 300~400원이 오르는 수준이 아니다. 그동안 기본요금만 받았던 간·지선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이 거리비례제로 바뀌고, 거리 당 요금도 5km당 150원으로 오른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요금을 2배 가까이 내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크게 바뀌는 건 간·지선 시내버스다. 서울시가 최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을 보면 서울 간·지선 시내버스는 교통카드 기준 현재 1200원인 균일요금제가 10km 기본요금 1500원(1안) 또는 1600원(2안)에, 매 5km마다 150원이 가산되는 거리비례제로 바뀐다.
거리비례제 본격화…장거리 노선은 요금 2배
예를 들어 서울 간·지선 시내버스 가운데 왕복거리가 84km로 가장 긴 773번 노선버스의 경우, 시점인 경기도 파주시 교하차고지에서 종점인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전서대문은평 정류소까지 버스를 타는 승객의 경우 지금은 편도 1200원, 왕복 2400원을 내면 된다.그러나 편도 42km를 이동하게 되면 10km 기본요금 1500-1600원에 10-30km구간 5km당 150원 즉 600원을 추가 부담하게 되고, 여기에 30km를 초과하는 거리에 대해 150원을 또 부담해야 한다. 최종요금은 2안인 1600원 기본요금인 경우 2350원이고, 왕복하면 4700원을 부담하게 되는데, 현행 요금의 2배에 육박하게 된다.
광역버스의 경우도 현행 2300원인 균일요금이 30km 기본요금 3천원에 매 5km마다 150원이 추가되는 거리비례제로 바뀐다.
서울에서 운행하는 광역버스 중 최장거리 노선인 9711번은 일산 동부경찰서에서 양재 시민의숲까지 편도 45km 가량을 운행하는데 지금은 2300원만 내면 되지만, 요금 개편 후에는 30km 기본 3000원에, 매 5km마다 150원을 추가해 모두 3450원을 내야한다. 왕복하면 4600원에서 6900원으로 요금이 정확히 1.5배 오르는 셈이다.
지하철도 버스도…요금 쓰나미 피할 곳 없다
현재는 기본요금 1250원에 5km당 100원을 내면 요금이 2150원이 나오는데, 기본요금이 1650원으로 오르고 5km당 요금도 150원으로 오르면 요금은 3000원으로 흘쩍 뛴다. 요금이 40% 가량 인상되는 것.
서울시에서 제출한 요금 인상계획만 현실화돼도, 지하철이나 버스 어느 쪽도 요금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 가지 교통수단을 한 번의 노선만 이용하는 경우에도 이정도 계산이 나오는데, 수도권 교통체계는 광역 환승체계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가 요금을 동반 인상하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요금 부담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그러나 요금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취안에서 서울시는 최근 5년간 지하철이 9200억원, 시내버스가 5400억원의 운송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운영손실 보전을 위한 서울시 지원예산이 2021년 556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1572억원까지 증가해 한계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무임승차 손실 일부라도 보전해달라…사활 건 오세훈
서울시가 제시한 요금인상안은 오는 10일 공청회에 이어 시의회 의견 청취와 물가대책위 심의 등을 거쳐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요금인상 계획도 재조정될 수 있다.요금인상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상폭을 최소화할 방편으로 지하철 적자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노인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비판한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8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영석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차례로 만나 손실보전을 위한 국회 협조를 당부하는 등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하철은 지자체 사무로 중앙정부 지원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