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父女 우승은 무산' 그러나 아버지는 딸을 따뜻하게 격려했다

김보미가 7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를 상대로 신중하게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챔피언의 딸' 김보미(25·NH농협카드)가 7전 8기 끝에 결승에 올랐지만 첫 우승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김병호(50·하나카드)에 이어 사상 최초 부녀 우승의 역사를 쓸 뻔했지만 김보미는 첫 결승행에 만족해야 했다.

김보미는 7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를 넘지 못했다. 대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 대 4 역전패를 안았다.

프로 데뷔 첫 준우승이다. 원년부터 출전한 김보미는 이전 대회까지 4강만 7번에 올랐지만 결승은 8번 만에 처음 진출했다. 첫 결승에서 첫 우승컵을 거머쥐는 듯했지만 스롱에게 양보해야 했다.

김보미의 아버지 김병호도 이날 관중석에서 딸의 경기를 지켜봤다. 3년 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2020년 1월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는 김병호가 출전했고, 김보미가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당시 김병호는 스페인의 강자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와 풀 세트 접전 끝에 4 대 3 (15-7, 8-15, 13-15, 15-8,15-6, 1-15, 11-7)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특히 7세트에서 1 대 7까지 뒤졌지만  4이닝째 환상적인 고난도 횡단샷 등 연속 10점을 몰아치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보미는 펑펑 울며 그동안 자신의 뒷바라지를 해주느라 고생한 아버지를 위해 기도했고, 김병호는 우승으로 화답했다.

김보미의 아버지 김병호가 7일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떨리는 표정으로 관중석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PBA

이번에는 아버지가 응원하고, 딸이 부응하려 했다. 김보미는 1세트 선공 초구 뒤돌리기와 어려운 앞돌리기 대회전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어 걸어치기와 2뱅크샷 등 물오른 감각을 과시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통산 3승에 빛나는 스롱의 기세가 무서웠다. 2세트 난구가 이어지면서 경기가 소강 상태를 보이다 김보미가 6이닝째 6쿠션 대회전 등으로 9이닝까지 7 대 5로 앞섰다. 그러나 스롱은 14이닝째 뱅크샷에 이은 옆돌리기 등으로 4점을 몰아쳐 9 대 7로 역전한 뒤 15이닝째 옆돌리기 등으로 2점을 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도 김보미는 먼저 세트 포인트를 맞았지만 앞돌리기 선택이 아쉬웠고 스롱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완전히 기세가 오른 스롱은 4세트 선공에서 무려 7점을 몰아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끝에 3 대 1까지 앞서갔다.

벼랑에 몰린 김보미는 5세트부터 분전했다. 3이닝 만에 9 대 2까지 앞섰고, 5이닝 세트 포인트에서는 키스 행운 속에 득점하며 세트 스코어 2 대 3으로 만회했다. 6세트에도 김보미는 0 대 4로 뒤졌지만 정교한 옆돌리기 등으로 연속 2점씩 동점을 만들더니 어려운 뒤돌리기 등으로 6 대 4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를 몰아 11 대 4로 이기며 마지막 7세트 승부를 몰고 갔다.

그러나 스롱은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7세트 열세로 출발했지만 3이닝째 짧은 뒤돌리기 등으로 3 대 2 역전을 만들었고, 5이닝째 짧은 앞돌리기와 옆돌리기 대회전으로 5 대 2까지 달아났다. 8이닝째 절묘한 역회전 3뱅크샷으로 7 대 3, 4점 차로 앞서 승리를 예감했다.

김보미는 비록 준우승했지만 PBA 여자부 정상급 선수인 스롱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전날 4강전에서 승리하고 눈물을 쏟았던 김보미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스롱을 축하해줬다.

경기 후 김병호는 "3년 전 생각도 많이 났는데 항상 나보다 딸의 경기를 보면 손에 땀이 난다"면서 "오늘도 떨려서 관중석 밖에서 봤다"고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아쉬움도 있지만 보미가 그동안 3등만 하다가 결승까지 오르는 등 너무 잘 해줬다"면서 "이제 결승에도 많이 가야지"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스롱이 7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스롱은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과 마지막 정규 투어를 제패하며 의미를 더했다.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하며 역대 다승 공동 1위(5회)를 달리는 김가영(하나카드), 임정숙(크라운해태)을 바짝 추격했다. 스롱과 이미래(TS샴푸·푸라닭)가 공동 3위(4회)에 올라 있다.

특히 스롱은 2차전인 하나카드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이번 대회 8강전에서 김가영과 접전 끝에 3 대 2 승리를 거둔 게 컸다. 오는 3월 왕중왕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스롱은 경기 후 "1년 만에 우승했는데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블루원리조트를 비롯해 P BA 관계자 및 동료들에 감사하다"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캄보디아 친구가 와서 응원했는데 좋았고, 고국을 위해서도 힘을 쓸 테니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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