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30일까지 위원들 협의를 거쳐 연금 개혁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위원들의 의견은 물과 불처럼 갈렸다. 소득대체율을 올려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소득보장론자와 보험료율을 올려 미래세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재정안정론자가 팽팽하게 맞붙었다.
"소득대체율은 40% 픽스시키고 보험료율을 15%로 올려서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노인빈곤 문제 해결하려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려야만 해요. 보험료율은 12%에서 플러스 알파로 조정합시다."
소득보장론자는 국민연금이 중저소득층이 극빈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노후소득을 보장해 주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금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엔 70%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8년 연금개혁 당시 60%로 떨어졌고 2007년 연금개혁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이후 매년 0.5%씩 떨어져 오는 2028년에 40%까지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2023년 현재 소득대체율은 42.5%다.
'실질' 소득대체율은 이보다 더 낮다. 현재 기준인 소득대체율 40%는 40년을 가입했을 때 지급되는 '명목' 소득대체율이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은 18.7년으로, 실제 소득대체율은 명목 소득대체율의 절반인 20%에 불과하다.
실질 소득대체율을 30%까지 끌어올리려면 50%까지는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돈을 더 주려면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하는데,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까지 올려야 한다는 게 재정안정을 주장하는 민간자문위원들의 목소리다.
"미국은 10년, 독일은 일주일치 기금만 보유"…부과식 택한 선진국들
보험료율을 올려 재정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 이면에는 기금고갈 '시나리오'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5차 재정추계에서 현 연금 제도를 유지할 겨우 오는 2041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 기금이 고갈될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기금 고갈'이 30년 뒤의 일인만큼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금 바닥론은 '공포 마케팅'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기금을 쌓아놓고 운용하는 현행 '적립식' 방식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만든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공적연금 운용방식은 크게 적립식과 부과식으로 나뉜다. 적립방식은 보험료를 거둔 뒤 기금을 쌓아놓고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부과방식은 해마다 필요한 연금 재원을 세금이나 보험료로 거둬 지급한다. 건강보험이 이 방식에 해당한다.
OECD 가입 선진국들은 기존의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꿔 연금개혁에 성공했다.
국회 연금특위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 재정 추계하면 10년 동안 운용할 기금만 있으면 된다는 방침이고 독일 같은 경우는 전체 기금이 일주일치밖에 안 된다"며 "스웨덴, 일본, 캐나다 등 기금 없이도 연금제도가 잘 이행되는 나라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GDP 대비 우리나라의 공적연금 기금의 비율은 2020년 기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는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한 곳으로 모아질 경우 '제안서'를 토대로 국민연금의 '당사자'인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특위 관계자는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단의 개혁안은 '제안서'"라며 "국민연금을 내는 당사자인 '국민'의 의견을 듣는 의견수렴기구를 구성해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