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중동에서 일어난 민주화 요구 시위인 '아랍의 봄'은 고대 로마 제국과 기독교, 이슬람교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시리아를 비켜가지 않았지만 여느 아랍 국가의 경우처럼 성공하지도 못했다.
궁지에 몰렸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의 지원을 업고 반격에 나서면서 반정부군과 11년에 걸친 내전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수백 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시리아인들이 내전을 피해 가장 많이 몸을 의탁한 곳은 튀르키예다. 약 4백 만 명의 난민이 시리아에서 가까운 튀르키예 남부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조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기를 11년.
하지만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든 뒤흔든 7.8 규모의 강진과 이어진 여진은 수 백 만의 튀르키예 난민들의 삶의 터전인 카라만마라스, 가지안테프 등과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 중이던 시리아 북부를 강타했다.
아랍권 영어 방송인 알 자지라 방송의 가지안테프 주재 피디인 아흐메드 알-카티브는 "거리를 오가는 수백, 수천 대의 자동차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모스크나 정부 청사 내부에서도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 것을 선호한다. 지금은 0°C 미만이고 너무 춥다. 얘기할 때 떨린다"며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고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내전으로 사회기반시설이 낙후된 데다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이 많은 시리아 북부 지역은 더욱 열악하다. 시리아 국영 SANA 통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병원들은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튀르키예 재난 및 비상 관리 당국(AFAD)에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6일 밤 9시 현재 튀르키예에서 23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시리아에서도 최소 1293명이 사망했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의 3분의 1 이상이 시리아에서 나온 것이지만 튀르키예에 거주하던 시리아 난민 숫자까지 합치면 시리아인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쟁의 참화와 지진의 재앙에서 살아남은 시리아인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은 여진의 공포와 추운 날씨만은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차별적인 대응도 한 몫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튀르키예에 대해서는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면서도 시리아의 피해 지원에 대해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인도주의적 파트너들과 대응하고 있다"고만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