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경제가 빠르게 침체 길목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전 1월호에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한 지 한 달 만에 '경기 둔화 심화'로 우려 강도를 한층 더 높였다.
결정적 이유는 여전히 '수출 부진'이다.
KDI는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함에 따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1월 대비 16.6% 줄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 연속 감소했는데 특히, 감소율이 전달인 지난해 12월 9.6%에서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1월보다 무려 44.5%가 감소하며 '반토막' 난 영향이 컸다.
지역별로는 중국 경기 위축으로 대중국 수출 감소 폭이 지난해 12월 27.1%에서 지난달 31.4%로 커졌다.
게다가 그동안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대미국 수출도 미국 투자 부진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12월 6.7% 증가에서 지난달 6.1% 감소로 급반전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은 평균가동률이 급락하고 생산 감소 폭이 확대되는 등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KDI는 또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 부진 영향이 파급되면서 내수 회복세도 약해졌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공공요금 인상에 주로 기인해 상승률이 지난해 말 5.0%에서 5.2%로 오히려 높아졌다.
수출 감소에 따른 제조업 부진으로 지난해 12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달 10.7%(전년 동월 대비)에서 3.2%로 쪼그라들었고, 고금리로 인한 주택경기 하락으로 건설투자도 부진을 지속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2.5%)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전달(-2.1%)보다 감소세가 확대된 가운데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달 62만 6천 명에서 50만 9천 명으로 크게 축소됐다.
KDI는 다만 "금융시장은 대내외 통화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가 약화하며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