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박해민 배트 부러뜨리고 싶어요" 평범함을 거부한 kt 2년 차 투수의 목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kt 좌완 투수 권성준. 익산=김조휘 기자
다승왕, 탈삼진왕 등 누구나 꿈꾸는 평범한 목표가 아니다. 데뷔 2년 차 투수 권성준(20·kt)의 목표는 확실히 남다르다.
 
대화를 나눴을 땐 과묵하고 차분한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목표를 말한 순간 보통 선수가 아니란 걸 직감했다. 독특한 4차원 같았지만 본인은 극구 부인했다.
 
원래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1·은퇴)의 방망이를 부러뜨리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권성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대호 선배와 승부해서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권성준은 이대호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바람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권성준은 이대호의 은퇴로 부득이하게 목표를 수정했다. KBO 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25·키움)와 정상급 외야수 박해민(33·LG)으로 대상이 바뀌었다. 그는 "이대호 선배는 은퇴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박해민 선배나 이정후 선배의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부러뜨리는 게 목표인 이유는 무엇일까. 권성준은 "기록과 수상에 대한 목표는 미션 같은 거라 평범하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여느 선수들과 다르지 않게 진지하다. 비록 권성준은 2군에서 스프링 캠프를 소화하고 있지만 언제든 1군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권성준은 지난 202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8라운드 78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첫해 1군 무대를 밟진 못했지만 퓨처스 리그서 13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3.75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kt에선 수년 내 1군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끌던 찰나에 예기치 못한 부상 악재를 만났다. 왼쪽 팔꿈치를 다쳐 남은 시즌 동안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현재는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됐지만 부상 여파로 1군 스프링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부상을 통해 깨달은 점이 많았다. 권성준은 "몸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제 아프지 않고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못해서 1군 캠프에 가지 못한 것보다 아파서 가지 못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군서 1등을 하고 1군에 오래 있을 수 있는 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새 시즌 1군 선발진에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권성준은 "1군에 올라가서 오래 있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많다"면서 "일단 선발 투수가 목표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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