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안전운임제'…노정 갈등 재점화?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노정간 견해차로 인해 민주노총이 총파업에까지 나섰던 안전운임제를 중심으로 제도 손보기에 나섰다.
 
건전한 방향으로의 화물운송시장 체질 개선이 목표였지만 일부 개선지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계와는 이견이 적지 않아 지난해 불거졌던 노정갈등이 새해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6일 발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방안'은 부정한 운송사 퇴출, 안전운임제 개편, 화물차주의 근로여건 개선 등 크게 3가지 사안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번호판 장사'로 불리는 지입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이나, 일부 화물차주 처우 개선책에 대해서는 노동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정한 시장질서 회복을 위한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의 끝판왕이 화물차 번호판"이라며 등록 차주들에게 제대로 된 일감을 주지 않은 채 지입료만 받는 운송사를 '지입전문회사'로 규정, 제대로 된 운송실적이 없을 경우 사업정지 대신 감차를 조치해 퇴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계약체결을 이유로 요구되는 번호판 사용료, 차량 대폐차로 인한 교체 시 이뤄지는 금전요구 행위에 대해서도 계약무효에 더해 감차와 같은 조치를 내리겠다며 근절을 선언했다.
 
지난해와 같이 유가의 급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화물운임-유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 도입, 화주의 운임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거래과정 투명화, 운전자 건강검진비 지원과 저금리대출 지원 등도 기존보다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류영주 기자

다만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의 원인이자, 화물운송산업 정상화의 핵심격인 안전운임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시혜적이고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는 강한 비난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로부터 나왔다.
 
정부는 기존의 안전운임제가 운수사와 차주는 물론 화주와의 계약에까지 강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점이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었다면서 화주와 운수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 역할만 하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반면 차주에 대한 운수사의 운임 지급은 일정 수준 이상이 유지돼야 한다며 강제성을 유지했다.
 
제도명도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화주-운수사 간 계약은 가이드라인 형태로 달라지는 만큼, 안전을 빼고 표준을 넣어 '표준운임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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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가장 중요한 것이 화물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인데 오히려 화주자본의 책임을 삭제함으로써 적정운임이 불가능해졌고, 처벌조항을 완화함으로써 사실상 제도 위반을 부추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화주를 정점으로 해 사실상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는 화물운송시장의 특성상 화주를 규제해야 그나마 임금이 보전될 여지가 있는데, 오히려 화주의 자율성은 높이는 반면 화주로부터 운임을 받아 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수사만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은 운수사와 차주 간의 갈등만 키우는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운임을 결정하는 운임위원회의 구조를 공익 4, 화주 3, 운수사 3, 차주 3에서 운수사와 차주의 이해관계가 유사하다며 공익 6, 화주 3, 운수사 2, 차주 2로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화물노동자의 목소리를 삭제하는 조치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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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박귀란 전략조직국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페이퍼 컴퍼니 같은 운송사들이 없어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화주와 운수사가 계약을 체결할 때 최저입찰제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사실 이 저운임 상황의 끝에는 물류비 절감을 유도하는 화주가 있는 것"이라며 "운임위원회도 이해관계자들을 동수로 구성하는 것이 누가 봐도 맞는 방식인데 운송사와 화물노동자 위원을 줄이는 것은 화물노동자의 목소리를 축소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정상화 방안'이 아니라 기존의 노정 간 입장차만 다시 확인한, 오히려 노동계 무력화 방안에 가까운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난달에 공청회를 열고, 협의체도 계속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의견은 사실상 반영된 것이 없다. 공청회나 협의체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겠다"며 "이번 대책이 지난해에도 파업을 막겠다며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상 이미 높아진 노정 간 긴장감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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