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 불허' 조치로 서울시와 '핼러윈 참사' 유가족 측이 대립하는 가운데, 경찰이 유족의 분향소 출입을 막아 양측이 서울시청 앞에서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가족은 서울시의 분향소 강제철거 예고와 연이은 강경대응을 비판했다. 아울러 단체는 영정과 위패가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6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시청 진입을 시도하는 참사 유가족들과 이를 막아서려는 경찰들이 대치를 벌였다.
이번 사태는 경찰이 유가족 A씨의 분향소 진입을 막아서면서 시작됐다.
A씨가 '영정사진이 추울 것 같다'며 전기난로를 들고 분향소를 방문하자 경찰 측이 A씨가 소지한 전기난로를 문제 삼아 분향소 진입을 막았다고 전해졌다. 분향소 앞에서 통곡하던 A씨는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서울시는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겠다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바 있는데, 이날 오전에는 경찰이 분향소 내부로 난방기구를 반입하는 일을 막아섰다.
이후 유가족은 분향소 진입 금지 등에 대해 오 시장의 사과와 해명,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경찰이 유가족의 청사 진입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져 또 다른 유가족 2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 측은 이날 오후 서울시와 협의 끝에 난방기구를 분향소 내부에 반입하기로 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철거 예고한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합동분향소 설치, 참사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독립적 조사기구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 정치 인사들도 참여해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공언했다.
이날 서울광장 한편에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에는 158명의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줄지어 있었다.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흰 국화꽃을 손에 든 시민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묵념했다.
서울시청 청사 정문은 경찰이 세운 바리게이트로 막혀 있었다. 청사 주변에는 '오세훈 나와', '오세훈을 파면하라' 등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일부 시민들 손에는 '함께 아파합니다', '반드시 규명할게요' 등을 손글씨로 적어낸 팻말들이 들려 있었다.
유가족은 영정과 위패가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 설치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단체는 서울시가 분향소를 세우기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서울시의 녹사평역 분향소 설치 제안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사그러 들 때까지 가만히 땅 속 깊이 들어가라는 얘기"라며 "서울시와 정부는 희생자 영정과 위패가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합동분향소 운영 기간 중 녹사평역 인근에서 일부 보수단체가 참사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를 벌여 논란이 일었다.
한편, 2차 가해 논란과 관련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유가족협의회가 신자유연대 등을 상대로 낸 '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와 관련 "광장의 특성, 집회 및 분향소 설치 경위 등에 비춰 보면 유가족협의회의 추모 감정이나 인격권이 신자유연대의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대책회의 이지현 공동운영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막을 수 없다"며 "서울시와 경찰은 분향소 철거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유가족과 대립각을 세우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도를 꼬집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시장은 녹사평역에서 유가족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먼저 제지하라"며 "이 사태를 해결할 진정한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핼러윈 참사 관련 정부와 서울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북구에 사는 대학생 이기범(25)씨는 서울시의 강제철거를 예고한 기사를 보고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참담하고 분노스러운 마음으로 분향소에 왔다"며 "(서울시가) 유가족 분들이 무엇을 외치는지를 귀 기울여 듣는다면 이런 결정을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임예주(16)양은 "많은 시민들이 슬퍼하는 만큼 분향소가 세워진 것인데 분향소 강제 철거는 말이 안 된다"며 "(분향소 설치는) 유가족들의 뜻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