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침묵한 '입시비리 유죄'…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류영주 기자

2023. 2. 3. 조국 입시 비리 등 1심 판결 선고 직후 발언 中
조국 전 법무부장관
"1심 재판 선고를 통해서 뇌물, 공직자윤리법위반, 증거인멸 등 8개~9개 정도의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재판부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직권남용 등에 대해선 유죄 판결이 내려져, 이 점에 대해서 항소해 더욱더 성실하게 다툴 것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 선고 직후 자신의 무죄 부분만 강조했다. 반면 대부분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자녀 입시 비리 부분에 대해선 침묵했다. 조 전 장관은 언급을 피했지만, 법원이 작성한 1심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 부부가 벌인 입시 비리 행위가 고스란히 담겼다.

개설되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다녔다며 허위 증명서를 꾸며내는가 하면, 가짜 증명서로 고등학교 수업을 빠지고 그 시간에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한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대학교 온라인 시험에는 온 가족이 동원돼 문제 풀이에 나서 A학점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해 죄책도 무겁다"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허위 증명서'로 학교 수업 빠지고, 그 시간에 학원 다녔다

1심 판결문을 보면 조국 전 장관 부부가 연루된 자녀 입시 비리 사건은 크게 여섯 가지다.

아들의 경우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고려대학교 대학원, 연세대학교 대학원,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과정에서 입시 비리가 드러났고, 딸은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비리가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의 아들 A씨가 한영외고 2학년생이었던 지난 2012년 1월 동양대 어학교육원장이었던 정경심 동양대교수는 경북 영주에서 진행된 동양대 프로그램에 아들 A씨가 참여해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허위 문서를 작성했다.

류영주 기자·황진환 기자

2012년 7월과 9월에 열린 프로그램에도 A씨가 참여했다는 허위 수료증을 만들고 직인을 찍어 위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과정들은 수강생 부족 등으로 아예 폐강돼 열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범행은 A씨가 3학년이었던 시점에도 계속됐다. 정 교수는 2013년 3월부터 동양대 영어영재센터장을 맡게 되자 A씨의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기 위해 A씨의 봉사활동 내역을 허위로 만들기 시작했다. 참여하지도 않은 초등학생 대상 영어 멘토링 봉사활동에 31시간이나 참여했다는 허위 자료를 만들어 고등학교에 제출했고 이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됐다.

아버지인 조 전 장관은 2013년 7월 'A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할 예정이다'라는 내용의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았고,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했다. 이후 정 교수는 A씨의 담임교사에게 'A가 내일부터 인턴십을 하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해당 증명서를 제출했다. 이를 근거로 A씨는 결석 처리 없이 학교 수업에 빠질 수 있었는데, 그 시간에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학원에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씨가 31시간 멘토링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정 교수가 자신이 영어영재센터장으로 있는 것을 이용해 허위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벙법으로 한영외고의 업무를 방해했다"라며 "A씨가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시험에 응시한 시점과 준비 기간을 고려해도 A씨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영주까지 이동해 31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아들의 대학 시험엔 가족이 동원됐다

그렇게 진학한 조지워싱턴대에서도 입시 비리는 이어진 것으로 재판 결과 드러났다.

2016년 가을학기에서 온라인 시험이 진행됐는데, A씨는 그해 10월 31일 조 전 장관 부부에게 '내일 Democracy(민주주의) 시험을 보려고 한다'는 연락을 보냈다. 이에 조 전 장관 부부는 이튿날 아들 A씨에게 "준비됐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라"라고 답하고 시험에 함께 참여했다. 해당 시험에는 '수강생은 단독으로 응시해야 하며, 수업 노트나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것은 허용되나 외부 자료나 도움은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 부부는 A씨를 도와 응시했고, 그 결과 아들은 A학점을 받아 냈다.

류영주 기자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시험은 수업 노트나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퀴즈에 불과하고,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타인과 논의하고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된 시험이 아니다'라며 업무방해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는 업무 방해의 고의를 가지고, 부정 행위를 저질렀다"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학원 진학하려 허위 증명서에 허위 장학금 수령증

A씨는 2017년 4월부터 연세대와 고려대 대학원 진학을 위해 응시했지만, 모두 불합격한다. 이에 조 전 장관 부부는 2018학년도 전기 대학원 진학을 위해 A씨의 허위 경력 자료를 만든 것으로 재판에서 드러났다.

조 전 장관 부부는 A씨가 2018학년도 전기 대학원 지원을 앞두고 있던 2017년 10월 로펌(법무법인)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 발급받았다. 이들 부부는 조지워싱턴대에서 받은 장학금 규모도 조작했다. A씨가 1만 20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았음에도, 2만 54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다고 허위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재판부는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대학원 입학 담당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해당 서류들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 과정에서도 활용됐다. 하지만 A씨는 75등까지 선발하는 1단계 전형에서 78위를 기록해 진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캡처

조 전 장관은 딸 조민 씨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부산 모 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 발급, 제출하는데 공모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입시 비리 사건에서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적용된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위조 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정 교수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며 "피고인들의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도 무겁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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