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었다. 신진호의 인천 유나이티드 이적 확정과 함께 포항 김기동 감독이 김종우를 찾았다. 밤 11시가 넘어서 통화가 이뤄졌고, 이후 이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종우는 한국으로 돌아와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포항에 합류했다.
신진호의 대체자였다. 하지만 김종우는 대체자라는 표현을 거절했다. 부담은 있었지만,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 "포항의 왕이 되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김종우는 6일 제주 KAL 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에서 "광주에 남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적이 진행됐다. 2년 전부터 포항과 이야기됐던 부분도 있었고, 오고 싶은 팀이었기에 주저함은 없었다"면서 "광주에서 했던 축구와 많이 다르다. 포항의 경기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큰 틀에서 내가 좋아하는 축구이기에 감독님이 믿어준다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전 소속팀이 된 광주는 지난해 K리그2 정상에 올라 K리그1으로 승격했다. 하지만 김종우에게 2022년은 힘든 시기였다. 포항 이적이 성사된 후 SNS를 통해 "감독님을 많이 미워했을 때도 있었지만…"이라고 표현할 정도.
김종우는 "아무래도 지난해 경기를 많이 못 나갔다. 그 안에서 이정효 감독님과 개인 미팅을 정말 많이 했다. 내가 힘들었던 부분도, 감독님이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맞춰가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오면서 인사를 드릴 때 펑펑 울었다. 미운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죄송하기도, 아쉽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포항에서의 등번호는 6번이다. 인천으로 떠난 신진호의 등번호다. 무엇보다 포항에서는 김기동 감독의 현역시절 등번호로, 상징성이 있는 등번호다.
김종우는 "신진호 대체자라고 하는데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걸 지우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한편으로는 진호 형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지금은 부담이 덜하다"면서 "포항에서 10번을 달려고 했는데 늦게 와서 번호가 차 있었다. 처음에는 6번에 대해 잘 몰랐다. 생각을 하다보니 감독님, 진호 형의 등번호였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등번호다. 감독님도 미팅을 하면서 말해줬다. 중요한 등번호를 달았으니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우의 애칭은 지단(지네딘 지단)이다. 기술이 빼어나 얻은 애칭이다.
김종우는 "포항에 왔는데 여기도 지단이 많다. 4명은 되는 것 같다. 이동할 때마다 지역에 맞게 지단 수식어가 붙는다. 포항에서 내가 원하는, 목표하는 위치가 있는데 거기 도달하려고 노력하겠다. 포항의 왕이 되고 싶다. 지난해로 보면 진호 형이 그런 역할을 했고, (김)승대 형이나, (손)준호 형처럼 포항하면 딱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는 간단하다. 경기에 많이 뛰는 것. 공격 포인트는 경기에 많이 뛰면 저절로 따라온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목표다.
김종우는 "매년 시작할 때 10개 이상이라고 정했는데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 경기만 많이 뛸 수 있다면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해둔 목표는 없지만, 많은 경기에 나간다면 팀에서 기대하는 포인트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포항 세트피스 키커가 진호 형이었다. 세트피스로 어시스트도, 골도 기록했다. 연습해서 좋은 킥을 하다보면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