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 제목이 있지만 대한민국은 교통요금에서만큼은 '노인을 위한 나라'이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대중교통이 무료이다. 주간 시간대 서울 등 대도시 지하철 이용자의 31%가 무임승차 노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현행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는 1984년 지하철 2호선 개통 때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이후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등에게로 확대됐다.
국가가 노인복지법으로 무임승차를 강제하면서 이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지방자치단체와 운영사가 떠안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 65세 이상 무임승차 연인원은 2억명(1억9천664만명)에 이른다.
이러다보니, 최근 5년 간 전국 도시철도 운영사의 연평균 당기 순손실 중에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율이 41%나 된다.
서울시의 경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연간 1조원씩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30%가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다.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1984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4%에 불과했다. 이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폭증하기 시작해 2021년 15%가 됐고 2025년에는 20%를 넘어 2050년에는 4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과 대구 등 광역단체들이 최근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함께 무임승차 연령 상한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이다.
무임수송이 앞으로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최대 위협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외국도 노인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상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한국처럼 전폭적인 무임승차를 제공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복지천국인 유럽 국가들도 노인들에게 할인 혜택 정도만 준다.
독일과 호주, 네덜란드, 덴마크는 40%~50% 할인해주고 일본과 프랑스는 소득 수준별로 할인율을 차등화하고 있다. 미국도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50% 할인해준다. 영국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할인해주지 않는다.
특히 일본은 할인이 적용되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는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며 연령 상한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노인연령을 갑자기 5년이나 올려 70세로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 반발과 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와 사회발전에 공헌한 노인층을 공짜승객으로 폄하하는 듯이 접근하는 방안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따라서, 무임승차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순차적으로 올리거나 유럽국가들처럼 할인해주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 출퇴근 시간대 등 특정시간대에 무임승차 적용을 폐지하고 무임승차 횟수나 거리를 제한하는 것도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앙정부도 무임승차로 인한 지자체들의 적자를 나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일정액을 보전하고 노인복지법 개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어야 하지만 노인만을 위한 나라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지자체의 재정부담과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박탈감을 불러오는 현행 65세 이상 무임승차 연령은 재고할 때이다.
다만 그 방법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충격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