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로 가득한 콘서트 현장과 아티스트의 깊이 있는 인터뷰가 담긴 영화는 201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제작이 본격화됐다. 영화를 좋아해 영화관을 찾는 일반적인 관객뿐 아니라 '아이돌'이나 '공연'이라는 다른 관심사를 가진 새로운 관객을 흡수할 수 있다고 바라본 CGV는 일찌감치 콘서트 실황을 중심으로 한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했다.
빅뱅 10주년을 맞아 월드 투어 '메이드'(MADE)의 340일 여정을 밀착 다큐멘터리로 담은 '빅뱅 메이드'를 2016년 6월 선보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젝스키스·트와이스·방탄소년단·아이즈원·블랙핑크·마마무·몬스타엑스·NCT·샤이니·십센치 권정열·아스트로·엔시티 드림·위너가 주인공인 영화가 차례로 개봉했다.
CGV ICECON 사업팀(이하 CGV 측)은 "공연 실황 콘텐츠를 통해 영화 외 다른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관람객을 극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 큰 계기가 되었다"라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선보이는 공연 실황 콘텐츠는 아티스트들의 무대 위 화려한 모습뿐만 아니라 무대 뒤의 인간적이고 진솔한 모습도 함께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라고 바라봤다.
콘서트 실황 영화화, 영화관과 엔터사가 기대하는 것
그러면서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마다 어떤 홍보/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게 좋을지 배급 과정에서도 깊이 있게 고민하며, 무엇보다도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콘서트 영화는 소속사인 엔터테인먼트사와의 공동 작업이 필수다. 엔터테인먼트사가 이 같은 영화 제작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2021년 12월 '몬스타엑스 : 더 드리밍'(MONSTA X : THE DREAMING)을 선보인 몬스타엑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측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팬들과 대면할 기회가 많이 없던 시기에 개봉됐다. 몬스타엑스의 장점이라고 하면 무대를 압도하는 라이브 퍼포먼스인데, 이러한 부분들을 생생하게 보여줄 기회가 없어 아티스트를 비롯해 팬 모두 아쉬움이 많았던 시기, 극장 개봉은 무대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밝혔다.
소속 아이돌의 영화를 개봉한 바 있는 대형 기획사 A사 관계자는 "콘서트를 다른 방법으로 체험하고, 커다란 스크린으로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팬 여러분이 서로 마주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드리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설명했다.
CGV 측은 "이미 진행된 공연을 단순히 다시 보여주는 상영이 아닌, 기존 공연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극장 플랫폼에 최적화된 영상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라고 한 바 있다. 큰 화면, 뛰어난 음향, 3면 스크린(스크린X)과 바람·빛·물 등 여러 효과를 통해 현장감을 불어 넣는 모션 체어(4DX) 등이 기술적인 측면이라면, 본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대 뒤 멤버들의 이야기 등 비하인드 컷은 내용 면에서의 차별점이다.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 '만족'
아티스트와 관객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스타쉽 측은 "큰 스크린과 풍부한 사운드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하며 보는 이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아티스트 역시 단순히 무대만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인들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인터뷰와 무대에 관한 비하인드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라고 전했다. A사 관계자는 "팬들은 물론 아티스트의 만족도도 높다. 극장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라고 밝혔다.지난해 4월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 더 무비'(SEVENTEEN POWER OF LOVE : THE MOVIE)를 개봉한 플레디스 측은 "콘텐츠 자체에 대해서도 만족하지만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특히 투어를 진행하지 않거나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원활히 볼 수 없는 지역에서도 극장 개봉을 진행하기 때문에 본 공연을 볼 수 없었던 팬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아티스트 만족도가 높다"라고 답했다.
실 관람평에서도 '눈과 귀가 즐거웠다' '콘서트 못 가 아쉬웠는데 영상으로나마 보니 너무 좋았다' '고화질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 '직관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4DX는 내가 무대에서 뛰는 것 같고 스크린X는 바로 앞에서 관람하는 것 같다' '카메라 워크도 못 보던 장면이 있어서 좋았다'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여운이 남았다' '콘서트 현장에서 놓쳤던 부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등 호평이 대다수였다.
아이돌 아닌 가수 소재도 다수, '숏무비' 등 소화 가능한 포맷 다양
아이돌 콘서트 영화의 수익성은 어떨까. 현재까지 최다 관객 영화는 방탄소년단 작품이다.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LOVE YOURSELF IN SEOUL)은 34만 명, '브링 더 소울 : 더 무비'(BRING THE SOUL : THE MOVIE)는 33만 8천 명 이상의 관객이 들었다. 10만 명 이상 관객이 든 영화로 범위를 넓혀도 방탄소년단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BREAK THE SILENCE: THE MOVIE)와 '그대, 고맙소 :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 정도다.흥행성과 수익에 관해 질문하자, CGV 측은 "내부적인 보안 사항이라 외부 공개가 어렵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엔터테인먼트 A사 관계자는 "흥행성에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라며 "콘서트를 다른 방법으로 체험하고, 커다란 스크린으로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팬 여러분이 서로 마주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드리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답했다.
CGV 측은 "'팬들이 서로 소통하고 즐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라는 작은 목표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 것 같다. 앞으로도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팬들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며 팬들 간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CGV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프로미스나인,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 다양한 가수가 소속된 레이블을 보유한 하이브 측은 "하이브 멀티 레이블 내 여러 아티스트들의 극장 콘텐츠 제작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A사 관계자는 "공연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