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에 안철수 의원에 대해 엄중 경고를 요청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정 위원장의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당내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것이라는 의미다.
정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비서관과 국회 집무실에서 만난 뒤 안철수 의원을 거론하며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을 주장한 것 같은데"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어쨌든 당내선거가 너무 과열되면 안 되겠다는 것. 누가 (과열을) 바라겠느냐"며 "지나친 것은, 조금 금도를 넘는 것은 자제하고 인내해야 하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자제를 당부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어제 이진복 수석이 정 위원장을 만나 안철수 의원에 대해 엄중 경고를 요청한 윤 대통령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의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비판에 대해서도 "'윤핵관'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니냐"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이라는 말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했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안 의원의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듣고 "(윤핵관은)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다"며 안 의원과 선을 분명히 그었다.
안 의원은 인터뷰에서 "사실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윤핵관에서 찾는다"며 "너무 심하고 무리하게 사람들을 쳐내고 자기들만의 아성을 구축하는 그런 모습을 국민이 제일 싫어한다"며 '윤핵관의 지휘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5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와 선관위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있다 없다'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윤 대통령 참모들도 정면반박에 나섰다. 이진복 수석이 국회로 찾아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안 연대'에 대해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냐"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은 "일부 후보들이 대통령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정말 굉장히 부당한 얘기"라며 "대통령께서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을 운영하겠나, 그건 대통령 공격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나. 그런 표현을 삼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에서는 기본적으로 안 의원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윤안연대'라고 하니 윤 대통령으로서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국정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서 '윤안연대'라고 하는데 대통령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수행에 매진 중인 대통령을 자신과 동률에 세워놓고 (선거) 캠페인에 끌어들이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안 후보도 잘 알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의 생각은 국정운영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정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안 의원이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