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는 5일, 국회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여당은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국회 연구 단체인 생명안전포럼이 주관한 '10.29 이태원참사 국회추모제'가 열렸다. 이번 추모제는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핼러윈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지역 상인 등 관련자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란 말이 있다"며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은 아무리 많은 세월 흘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제 국정조사가 마무리됐지만 참사를 기억하고 다신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데 시한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가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다짐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의장도 살피고 노력하겠다.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문제점 해결에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날 이후 유족에게 온 세상은 까만 잿빛이지만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그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희생자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는 유족의 슬픔과 고통을 방치하고 있을 따름이다"며 "국가가 그날 무엇을 했는지 밝힐 책무가 정치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자리에 대통령께서 직접 오셔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해주셨으면 어땠을까"라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꼭 명심하라"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와 집권여당은 사회적 참사에 무한책임이 있다"며 "지난 100일간 피해자와 유가족 입장에선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는 것으로 안다. 국민의힘은 유가족과 함께 미래를 바라보면서 집권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59명의 못다 핀 꽃송이들이 밤하늘의 별이 돼 우리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저희는 모든 책임 다하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유족들은 "각성하라", "반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참사 유가족 측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동시에 합동 분향소 설치를 요구했다. 참사 희생자인 고(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유족이 지난 4일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서울시가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통보한 데 대해 "저희가 치울 테니 많은 국화꽃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하려 하면 휘발유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며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추모제 후 기자들과 만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부나 서울시를 설득해보자고 했다"며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서울시와 긴밀하게 한 번 소통하고 상의해달라고 얘기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대표가 '제2의 참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결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막는 것이 정치와 행정의 역할"이라며 "결코 저 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거기 따른 대책을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행사 후 '합동 분향소 설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저희도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