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남자 단식 에이스 권순우(61위·당진시청)가 사상 첫 데이비스컵 2년 연속 16강 진출을 위한 선봉에 나선다.
권순우는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벨기에와 최종 본선 진출전 대진 추첨 결과 1단식에 나선다. 4단식 1복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진출전에서 첫 테이프를 끊난다.
4일 오전 11시부터 열리는 1단식에서 권순우는 지주 베리스(115위)와 격돌한다. 이어 홍성찬(237위·세종시청)이 벨기에의 에이스 다비드 고팽(41위)과 2단식을 펼친다. 5일 복식에서는 송민규(복식 147위·KDB산업은행)와 남지성(복식 152위·세종시청)이 요란 블리겐(복식 53위)과 잔더 질(복식 55위)와 맞붙는다.
특히 5일 3단식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권순우가 1단식에서 맞붙을 베리스보다 랭킹도 높고 최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의 상승세에 있어 승리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홍성찬은 한때 세계 7위까지 올랐던 고팽과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복식도 랭킹에서 우리 선수들이 뒤지는 상황. 만일 열세에 놓일 경우 권순우가 반드시 고팽을 꺾어야 홍성찬이 마지막 단식에서 결착을 낼 기회가 생긴다.
랭킹에서는 고팽이 권순우보다 높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권순우의 기세가 좋다. 권순우는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에서 당시 세계 랭킹 15위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 26위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이상 스페인) 등 강자들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날 대진 결과에 대해 권순우는 "1, 2단식 어디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1단식에 나가게 됐는데 팬들에게 내 경기를 빨리 보여주고 싶고 오히려 잘 됐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라도 방심하면 안 되지만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다짐했다.
고팽과 에이스 대결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순우는 "첫 경기도 어렵고 일단 거기에 집중하는 게 맞다"면서도 "고팽과는 경기한 적은 없지만 함께 훈련도 많이 했고 스타일이 비슷해서 플레이를 많이 봤고, 따라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과 긴장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다짐했다.
대표팀 박승규 감독도 "먼저 권순우가 성공해서 분위기를 잡아주면 뒤에 선수들이 부담 없이 편안히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홈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이기기 위해서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대표팀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요한 판 허크 감독은 "고팽이 1단식은 부담스럽다면서 2번째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한 주 내내 열심히 훈련했는데 기대했던 대로 대진도 나왔으니 한국팀과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팽은 "1단식이 열리는 11시는 너무 이르고 낯설다"면서 "오후에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순우와 5일 3단식에 대해서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첫 경기에 집중하겠다"면서 "권순우와 대결은 첫 경기를 치르고 어떻게 채우고 운영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만약 한국이 벨기에를 이긴다면 2년 연속 세계 16강에 진출한다. 그동안 데이비스컵에서 한국은 1981년과 1987년, 2007년과 2022년 16강에 올랐다. 2년 연속 16강은 없었다.
지난해 3월 대표팀은 바로 올림픽공원 실내 코트에서 오스트리아를 꺾고 15년 만의 데이비스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선수들은 "지난해 좋은 기억이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미 이번 회 입장권은 판매 3일 만에 매진됐다. 대표팀이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