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약세에 화력 퍼붓는 친윤…안철수 겨냥 '십자포화'

당 통합 과정서 '부채 정산', 인수위원장 시절 대통령과 갈등까지 거론
대통령실, 김영우 안캠 선대위원장 대통령직속 위원회서 해촉
당내 '과한 공세' 우려 목소리도 "나경원·유승민 이어 안철수까지…몇 차례 낙마"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친윤(親尹) 의원들의 안철수 의원을 향한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안 의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던 시절 갈등 상황과 당 통합 과정까지 꺼내며 거칠게 공세를 편 것이다.

당내 친윤계가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원톱' 지위가 최근 여론조사상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주자인 안 의원에 대한 공세가 강해지고 있는 건 친윤계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 박수영 의원을 비롯한 원내 친윤계 의원들은 안 의원의 과거 윤 대통령과의 갈등 상황 등을 언급했고, 대통령실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속한 안철수캠프 관계자에 대한 인사 조치까지 감행하고 나섰다.

가히 안 의원에 대한 전방위 십자포화라고 할 만한 공세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윤 의원들의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국민의당 통합 이전 부채 이자 승계 논란 △안 의원의 공개적인 국무위원 해임 요구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당시 안 의원의 역할 등을 거론하며 안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대통령께선 안 의원이 인수위원장으로 오실 때 정부에 참여할 기회를 드렸는데, (안 의원이) 그 자리의 막중한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정치력을 검증해 보일 기회로 만들지 못했다"며 "(안 의원이) 인품이 훌륭하고 인성이 좋은 걸로 시비를 붙이진 않지만,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원들과 당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설명이다.
 
방송과 SNS를 통한 공개 공세는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과 현재 캠프 인사로까지 확대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당선되신 후 안 의원과 밥을 먹은 적도, 차를 마신 적도 없다"며 "인수위원장 시절 '24시간 잠적' 사건 당시 대통령께서 굉장히 분개하셨다. 또, 높은 자리, 장관 또는 총리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것도 거절했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을 언급하며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을 맡고 있는 분이 특정 후보를 돕자고 당내 분란을 야기하고, 대통령과 당을 이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매우 부적절한 처사이고, 위원직을 사퇴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영우 전 의원. 연합뉴스

실제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김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 위원직에서 해촉하면서 이같은 상황에 정점을 찍었다.
 
친윤계 의원들의 이러한 공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김 의원과 박빙을 보이는 상황과 연관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428명)에서 43.3%로 1위를 차지했고, 김 의원은 36.0%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국민의힘 지지층 ±4.7%p).
 
안 의원이 김 의원과의 양자 대결에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인 조사도 있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두 후보의 결선 양자대결을 가정한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 363명 중 50%가 안 의원을, 32%가 김 의원을 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같은 상황은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 의원들의 직접적인 반대 입장에, 대통령실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4선 중진인 나 전 의원이 사실상 마지못해 당권 경쟁에서 물러선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지나친 공세"라는 지적과 함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영남 지역 지지층의 나 전 의원에 대한 애정은 생각 이상이다. '김장연대'를 표방한 장제원 의원과의 언쟁을 비롯해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 과정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된 데 대한 반발 심리가 솔직히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원내 의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맞는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력 당권 주자들을 한 차례도 아니고 수 차례에 걸쳐 물러나게 한다면 당의 통합을 깨기 때문에 전체 여권 지지층의 총합을 고려할 때 결코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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