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언니 있는데 왜 외인 수혈?" 1위 현대건설, 행복한 고민

'야스민, 더 쉬다 와' 황연주(4번) 등 현대건설 선수들이 2일 GS칼텍스와 홈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KOVO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이 연패를 끊고 1위를 굳게 지켰다. 외인 거포가 빠진 상황에서도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2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GS칼텍스와 홈 경기에서 3 대 0(26-24 25-22 25-21) 완승을 거뒀다. 올스타전 휴식기 이전 2연패를 끊고 5라운드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승점 60 고지를 선점한 현대건설은 1위를 굳게 지켰다. 2위 흥국생명(승점 54·18승 6패)과 격차를 벌렸다.

현대건설은 최고의 외인으로 꼽히는 야스민이 지난해 12월 허리 부상으로 빠지면서 위기가 오는 듯했다. 개막 16연승을 달리던 현대건설은 야스민 없이 치른 10경기에서 6승 4패로 주춤했다. 다행히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도 감독, 단장 경질 등으로 홍역을 겪으면서 1위를 지켰다.

이런 가운데 올스타전으로 8일 동안 휴식을 취한 게 큰 힘이 됐다. 이날 현대건설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황연주(37)가 양 팀 최다 17점을 올리며 야스민의 공백을 메웠다. 팀 기둥 양효진도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5점으로 중심을 잡았고, 정지윤도 12점으로 거들었다.

경기 후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현대건설 선수들이 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상에 있는 팀답게 빈틈이 없어 보였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차 감독은 "황연주를 막으려 했지만 양효진에 정지윤까지 살아나면서 흔들렸다"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황연주와 양효진 등 선수들의 체력이 회복돼 다행"이라면서 "전체적으로 회복돼서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고 승인을 짚었다. 이어 "양효진이 중심에서 버티면서 공격 점유율에서 황연주, 정지윤에게 배분이 잘 됐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현대건설은 황연주(31.68%), 정지훈(22.77%), 황민경(10점·19.8%), 양효진(16.83%) 등 고른 공격 점유율을 보였다.

허리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인 현대건설 주포 야스민. 연합뉴스


현대건설은 허리 부상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야스민 교체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야스민 없이도 현대건설은 7승 4패, 나름 선전하고 있다. 주장 황민경은 "황연주 언니가 너무 잘 해주니까 외인이 없어도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어느 선수가 오든 그때 문제고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황민경은 "외인이 없을 때 상대방이 지긋지긋해서 질기게 하자는 생각으로 물고 늘어져 보자고 했다"면서 "공격력으로 앞서지 못하니 저 팀이 치가 떨릴 만큼 버티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선수가 형광 좀비 같다"면서 "왜 죽을 것 같으면서도 안 죽냐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역시 한 방이 있는 외인이 필요하다. 강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언제까지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조만간 (외인 교체 및 대체 선수가) 결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연주도 "나는 외인 선수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외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면서 "몸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힘이 덜 들기 때문에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외인 주포가 없어도 토종 선수들만으로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건설. 과연 어떤 외인이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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