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안초등학교 등산로 통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과 교육청이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현장 관리 책임이 있는 수영구청이 불참하면서 해법 마련은 수포로 돌아갔다.
부산 남부경찰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달 26일 부산 수영구 민안초등학교 인근 등산로에서 만나 현장점검을 벌였다.
이날 점검에는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과 실무진, 부산 남부경찰서 계장급 직원 등이 참석해 학생들이 통학로로 쓰는 등산로를 직접 둘러보며 안전도를 확인했다.
두 기관은 등산로가 지금 상태로는 위험하며, 보완은 등산로 관리 권한이 있는 수영구청에 협조를 구하고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지금껏 경찰과 교육청이 줄곧 주장해 온 내용으로, 답보 상태인 현 상황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 셈이다. 점검 현장에 등산로 관리 권한이 있는 수영구청 관계자는 단 한 사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애초에 점검을 제안한 부산시교육청은 부산시교육감, 수영구청장, 남부경찰서장 등 기관장이 현장을 직접 본 뒤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수영구청장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기관장 현장점검은 성사되지 않았다.
점검에 참여한 두 기관은 수영구청의 협조 없이는 등산로 보완을 진행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등산로를 경찰 예산으로 정비하더라도, 사후관리 문제 때문에 수영구청을 제쳐두고 일을 진행할 수가 없다"며 "관련법상 관리를 지자체에서 하게 돼 있고, 지금도 다른 등산로 구간은 수영구청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도 "수영구청은 등산로 개념으로 관리하는 범위를 넘어설 수 없고, 아이들이 통학하는 건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라며 "수영구의 완고한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계속 건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영구청은 앞서 등산로로서 기능을 다하도록 충분히 관리를 잘하고 있으며, 등산로를 통학 목적으로 추가 정비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입장 변화나 계획 변동이 있는지를 수영구청에 질의했으나, 구청은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지역에서는 수영구청이 아이들 안전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권진성 수영구의회 부의장은 "이 길은 아이들이 사실상 통학로로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 등산로로도 사용하고 있는 곳"이라며 "정비가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면, 주민의 안전과 쾌적한 통학을 위해서 구청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의회 차원에서 정비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면밀히 살피고, 구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