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방치된 두살배기 숨진 집엔 체납 고지서만…

전입신고 없이 빌라 살아…행정복지센터, 거주 사실도 몰라

2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엄마 A(24·여)씨와 숨진 아들 B(2)군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에 상수도 미납요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겨울에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사흘간 혼자 방치되다가 숨진 두살배기는 가스와 수도 요금이 모두 밀린 빌라에서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모자의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달라 담당 행정복지센터는 이 같은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2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엄마 A(24)씨와 숨진 아들 B(2)군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우편함에는 도시가스 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우편물이 꽂혀 있었다.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2월 26일까지 2개월 치 요금을 밀렸으니 납기일인 1월 31일까지 요금 납부를 하지 않으면 도시가스 공급을 끊겠다는 통보가 적혔다.

A씨가 기한 내에 밀린 요금을 내 도시가스 공급이 아예 끊기지는 않았지만, 빌라 복도에는 싸늘한 냉기가 감돌아 잠깐만 서 있어도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였다.

엄마가 외출해 집을 비운 지난달 30일 이후 최근 인천에서는 영하권의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여서 B군 혼자 집에서 추위에 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집 현관에는 폴리스라인 사이로 상수도 미납 고지서도 붙어 있어 A씨 모자의 생활고를 짐작게 했다.

지난달 19일 붙은 안내문에는 '수도요금 미납으로 방문했으나 부재중이었다'며 '연락이 없을 경우 관계 규정에 따라 단수 및 계량기 철거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관문 앞에 낡은 유모차와 거실 테이블이 폐기물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 밖에는 이 집에서 어린 아기가 살았다는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빌라 아래층에 살던 한 이웃은 "윗집에 아이가 사는 줄도 몰랐다"며 "어제 경찰이 온 건 봤지만 평소 이웃들과 교류가 거의 없어서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가스·수도 요금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A씨 모자는 생활고를 겪었지만 행정당국의 관리 체계에서는 사실상 벗어나 있었다.

이들이 살던 빌라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이들이 이 동네에 살았다는 사실조차 이날 처음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추홀구에 따르면 A씨 모자 가정에서는 이전에 아동 학대 관련 신고가 접수된 이력은 없었다.

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A씨 모자의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가 미추홀구 내 다른 동네로 돼 있다"며 "전입신고가 돼야 실거주지 일치 조사를 하는데 A씨 모자는 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이날 긴급체포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외출해 이날 오전 2시 귀가할 때까지 미추홀구 한 빌라에 두살배기 아들을 방치하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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