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에서 발견된 '5천년 전 냉장고'…구조 분석 결과는?

고대 수메르 제국 핵심 도시였던 라가시서 발견
"선술집서 자유롭게 먹고 마셔…지배층 폭정 없었던 듯"

연합뉴스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냉장고, 오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5천 년 된 선술집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CNN 방송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이탈리아 피사 대학 등 소속 고고학자 측은 작년 가을 고대 수메르 제국의 핵심 도시였던 라가시에서 지면으로부터 약 48㎝ 아래 묻혀 있던 기원전 2700년 경의 선술집 흔적을 발굴했다.

이 유적에서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맛있게 조리하기 위한 다양한 조리 시설과 도구가 확인됐다.

대표적 발견물은 '지르(zeer)'로 불리는 전통적 방식의 냉장고다.

지르는 진흙으로 만든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고 그 틈에 흙을 채워서 만든다. 이 흙에 정기적으로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내용물의 열을 빼앗기 때문에 음식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조리할 수 있는 거대한 오븐도 있었다. 원뿔 모양의 그릇도 수십 개 나왔는데 이 그릇들에선 물고기 등 음식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이 선술집은 손님들이 바깥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야외 벤치와 테이블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요리, 식사 등 각각의 용도에 맞게 방을 분리해놓은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 선술집은 수메르 사회가 지배층과 노예화된 민중으로 양극화돼 있었을 것이란 기존의 주류적 관점과 달리 중산층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풀이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소속 고고학자 리드 굿맨은 "당시 사람들에게 앉아서 술을 마시고 생선 스튜 등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공개적인 모임 장소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왕의 폭정 아래 있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수메르는 8500여 년 전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발달한 세계 최고(最古) 문명이다. 아카드,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가운데서도 가장 앞서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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