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가 특유의 '시계 세리머니'를 펼치자 잠실학생체육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때 17점 차로 앞서가던 홈팀의 사기가 크게 꺾였고 원정팀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창원 LG의 간판 이관희는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서울 SK의 원정경기에서 30-40으로 뒤진 2쿼터 종료 버저와 동시에 장거리 3점슛을 터뜨렸다.
그리고 요즘 LG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시계 세리머니를 펼쳤다. 조상현 감독에게 자신의 시간인 4쿼터에 빼지 말라는 의미로 시작한 세리머니다. 지금은 LG가 신바람을 낼 때마다 선보인다.
LG는 경기 초반 극심한 야투 난조로 고전했다. 한때 17점 차로 밀렸다. 하지만 이관희의 분전으로 조금씩 점수차를 좁혀갔다. 버저비터는 이 같은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
후반은 LG가 추격하면 SK가 달아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LG는 전반에만 20득점을 퍼부은 자밀 워니에 대한 수비를 강화했고 3쿼터 중반 점수차를 2점까지 좁혔다. 하지만 SK는 김선형, 워니, 최준용의 연속 득점으로 한숨을 돌렸다.
LG는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4쿼터 중반 점수차를 다시 한 번 2점으로 줄였고 이번에는 역전에 성공했다. 종료 3분24초 전 아셈 마레이가 골밑슛을 넣었고 이어지는 공격에서 이재도가 골밑 레이업을 성공해 스코어를 66-64로 만들었다.
이후 대혈투가 펼쳐졌다. 이관희가 3점슛을 터뜨리고 다시 한 번 시계 세리머니를 선보이자 김선형이 차분하게 3점포로 응수했다. 이어 워니의 골밑 득점이 터지면서 스코어는 69-69가 됐다.
이관희의 다짐대로 그는 승부처의 히어로로 우뚝 섰다.
이관희는 4쿼터 종료 1분7초 전 자유투 1개를 넣어 다시 승부의 균형을 깼다. 그리고 LG는 끝까지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이후 양팀은 한 차례씩 실책을 주고 받았다. SK는 작전타임을 마치고 반격에 나섰지만 김선형의 레이업 실패 후 워니의 반칙이 선언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LG는 자유투를 차곡차곡 쌓아 승부를 결정했다.
17점 차 열세를 뒤집고 SK를 75-72로 꺾은 LG는 시즌 전적 23승13패로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1위 안양 KGC인삼공사(25승11패)와 승차는 2경기로 좁혀졌다.
이날 경기를 발판삼아 2위 도약을 노리겠다던 SK의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SK는 시즌 전적 20승16패를 기록했고 2위와 간격은 3경기로 벌어졌다.
이관희는 팀내 가장 많은 20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마레이는 19득점 22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워니는 전반 20득점을 몰아넣었지만 후반 6득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