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난방비'에 '택시요금'까지 인상…승객·기사 모두 울상

기본요금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
물가 다오르는데 택시비까지…승객들 "부담"
심야할증 부담에 "일찍 귀가할 것"
택시기사 "인상 직후 3~4개월은 승객 감소 걱정"

류영주 기자

"물가 다 오르더니 택시비까지 올랐다. 정말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천원 인상된 첫 날인 1일, 승객과 택시기사들 모두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자와 만난 시민들 중 대부분은 인상된 택시요금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했다. 특히 직장인들은 "월급 빼고 물가가 다 오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의도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던 직장인 김모(26) 씨는 "물가가 올라도 택시까지 1천원이나 오를 줄은 몰랐다"며 "버스비도 300원 오르고, 택시도 오르니 실질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송우영 씨는 "지각할 때 택시를 타곤 했는데, 택시비가 인상됐으니 강제로 부지런해져야겠다"고 푸념했다.

심야 할증요금도 오른만큼 귀가 시간을 서두르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부터 오후 11시~오전 2시 동안 심야 할증 요금이 기존 5300원에서 670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송성민(19) 씨는 "술 마시고 밤에 늦게 들어갈 때 택시를 탔다"며 "(요금이 인상된만큼) 술을 마시더라도 조금 일찍 자리를 끝내는 식으로 술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앞에서 만난 류모(64) 씨도 "(택시가) 손님이 없어서 가격을 다시 내려야겠다고 생각할 때까지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일찍 집에 들어가겠다"며 불만을 보였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내일 오전 4시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 오르고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어드는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의 한 택시에 택시요금 변경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

다만 일부 시민은 이번 택시요금 인상이 적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만난 이창헌(63) 씨는 "정부에서 택시요금 인상했던 것은 그만큼 택시기사도 수입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기사들은 인상된 택시요금을 반기면서도 당분간 승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32년 동안 개인택시를 운전했다는 설선규(80) 씨는 "다른 물가가 다 오르는 만큼 택시요금만 그대로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맟춰서 인상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시요금이 오른 첫날부터 눈에 띄게 승객이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여의도 인근은 평소에는 운행하고 있을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느라 길가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개인택시를 3년 동안 운전한 김모(68) 씨는 "원래는 차가 없을 정도로 승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승객이) 다 없다"며 "승객이 많으면 신바람 나서 일찍 나오는데 없으니까 늦게 나왔다"고 털어놨다.

50대 택시기사 김모 씨는 "그동안 택시요금이 확 오를 때마다 3~4개월 정도는 승객이 줄었다"며 "코로나19 시기 할증 요금을 인상했을 때도, 몇 년 전 기본요금 인상 때도 승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한 일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물가 상승이 부담스럽기는 승객 뿐 아니라 택시기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택시기사들은 가스비 인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밥값도 많이 올랐고, 가스비도 많이 오른 상태에서 3개월을 잘 버텨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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