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던 한미 국방장관회담…북핵 대응·연합훈련·한미일 협력 '강화'

지난달 31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31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적어도 공개된 내용으로는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북핵 억제를 위한 한미연합훈련을 포함해 공조 강화, 전략자산 전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거의 전부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1일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양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최근 무인기 침투 등 연이은 도발 행위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을 강력히 규탄하고, 향후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략자산 더 자주 온다"…연합훈련, 핵 대응 공동기획 모두 '강화'

회담에서 양 장관은 "확고한 한미 방위공약 보장을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치들을 공동으로 재확인해 나가기로 했다"며 지난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협의했던 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핵무기의 사용 계획과 그 실행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핵무기를 쓰기 전까지 적성국에 대해 군사·외교적으로 수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한국과 더욱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가정해 한미가 전략자산을 투입하는 등의 의사결정 과정을 토론과 분석을 거쳐 시뮬레이션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올해 가을 SCM 이전에 한미의 공식적인 북핵 대응책인 맞춤형 억제전략(TDS)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TDS란 쉽게 이야기하면 한반도에서 어떤 위협요소가 존재하는지를 식별하고 연구해, 여기에 맞추어 공격받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과 도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올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도를 포함한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하기로 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프리덤 실드(FS)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해 중단됐던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FTX) 가운데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이 때를 기해 부활한다.

이미 군 당국은 이번 연합훈련을 기존 대규모 FTX인 독수리(Foal Eagle) 연습 수준으로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기함으로 하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5항모강습단도 방한할 예정이다.

양 장관은 "2022년 말 미국의 전략폭격기 전개 하 시행된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이 동맹의 다양한 억제능력을 현시하는 것임에 공감하고, 앞으로도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가 이루어지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5세대 전투기 F-22와 F-35, 그리고 항모강습단을 한반도에 전개했었는데, 앞으로 이런 것들을 더 많이 할 예정"이라고 밝혀, 올해엔 미국 전략자산이 더 자주 올 전망이다. 물론 지난 수십년 동안, 그리고 바로 지난해에 그랬듯이 북한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이종섭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의 노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 점은 결국은 억지를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추가적인 핵 개발, 핵 고도화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고, 또 사용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전폭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하니 그 자체로는 환영하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뭔가를 해 달라고 하면 뿌리칠 수는 없으면서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중국과의 갈등, 그리고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전선을 또 만들기는 어렵다. 미국은 북한을 억제하는 것까지는 몰라도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급추진되지만 이면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선 "예의주시 중" 답변만

지난달 31일 오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도 함께 논의됐다. 다만, '한미일 안보협력을 포함한 지역안보협력 강화 방안'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양 장관은 "지난 11월 프놈펜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고, 조만간 시행될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DTT를 가급적 빨리 열어 3국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계성을 강화하며,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도서국 우방국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나라들과의 협력을 증진시켜 나간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에 있는 공통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강력한 군사력을 해외에 투사할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항공모함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중국-대만 사이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우리가 여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강하게 추진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 한일간 과거사 문제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보다 해결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한반도 및 유럽 안보정세와 한·나토 간 국방협력 발전방안 등 양측 관심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편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강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서 달라고 언급하고, 이종섭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서도 이같은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나서면 그만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북한의 존재로 인해 한국은 육군 중심으로 전력을 발전시켜 왔고, 이는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을 해외에 대거 수출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와의 경제 문제가 있어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종섭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국제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 공감했다"면서도 "우리의 무기 지원 부분에 대해선 제가 구체적으로 답변드리지 않고, '우리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도로 답을 드리겠다"면서 설명을 피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