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창일 (전 주일대사)
일제에 강제 동원됐던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을 하라, 이런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게 2018년입니다. 분명히 대법원에서는 미쓰비시가, 일본 제철이 배상해줘야 된다는 건데 벌써 몇 년째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반드시 풀고 가야 하는 문제라는 데는 모두 공감합니다만 그 방법을 두고는 생각이 천지 차이입니다. 심지어 우리 내부에서도 생각이 달라요. 일단 얼마 전 우리 정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나온 안은 이런 거였습니다.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서 그걸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해 준다. 이 안이 나오자 피해자들도 국민들도 깜짝 놀랐죠. 아니, 왜 우리 기업이 배상을 하냐, 이게 무슨 소리냐.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뉴스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제 말이죠. 한일 국장급 회담이 열렸어요. 실무자 선에서 이 논의가 시작이 된 건데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일본을 잘 아는 전직 대사의 시각에서 이 문제 한번 들여다보죠. 강창일 전 주일대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강창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전 대사님, 안녕하세요.
◆ 강창일> 네, 오래간만이에요.
◇ 김현정> 지난 12일에 열렸던 공청회에서 처음으로 윤석열 정부의 안이 제시가 된 건데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던 우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 모아서 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한다, 이 안이 어제 테이블에도, 논의 테이블에도 그대로 오른 겁니까?
◆ 강창일> 아니에요. 지난번 공청회할 때에 그렇게 비춰져서 엄청나게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어저께 봤더니 일본의 전범 기업도 부담해야 된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사죄, 사과가 있어야 된다, 그것을 가지고 협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진일보된 모습이에요.
◇ 김현정> 지난 공청회, 한바탕 난리 났던 그게 아니고.
◆ 강창일> 그걸 수용했겠죠. 아마. 국민들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정부 당국에서 수용을 해서.
◇ 김현정> 수정을 해서.
◆ 강창일> 외교 실무자들이 그 문제를 가지고 일본 측하고 계속 대화를 했더라고요.
◇ 김현정> 정리하자면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는 방식은 맞긴 맞는데 그대로인데 우리 기업들 돈으로만 하는 건 아니고 일본 기업도 참여해라, 이렇게 된 거예요?
◆ 강창일> 일본 기업도 아니고 일본 특히 경제적 깊은 관계가 있는 일본 제철하고 미쓰비시도 당연히 들어와야 한다 이거죠.
◇ 김현정> 그냥 일본 기업도 아니고 전범기업 미쓰비시 일본제철 너희들 들어와야 된다 이렇게요.
◆ 강창일> 그렇죠. 그렇죠. 어저께 그런 얘기를 많이 했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 강창일> 그래서 아주 좋은 모습이에요.
◇ 김현정> 거기다가 또 하나 더해진 게 개별 사죄도 반드시 해야 한다. 이게 하나 또 추가가 됐어요. 어제 논의 테이블에.
◆ 강창일> 그러네요, 그것도 했어요. 우선은 제3자 변제라는데 그 말을 만들어낸 것이고 실제는 국가기관이거든요. 피해자 재단도. 그런데 관리를 어디서 하느냐. 이것을 가지고 피해자 재단에서 한다, 이거예요. 제3자 변제. 정부의 직접 대위변제도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국가 예산을 쓰게 되면 국회 통과를 해야 되거든요. 그렇지 않고 성금을 가지고 간다. 국가 예산이라 성금을 가지고 한다. 그 관리 주체는 재단이다. 이렇게 하면 쉽게 이해가 되죠.
◇ 김현정> 그렇게 어제 테이블에다가 우리 안을 내놓자 일본에서 어떻게 반응이 나왔냐면 첫째 전범 기업은 참여 못 한다. 거기에 전범기업 그거 안 되고 그냥 일본 기업이 참여하게 하려면 일단 한국이 구상권 청구 절대 안 한다고 그거 포기 약속해라, 이렇게 주장을 했고요. 또 하나는 사죄, 그 사죄는 개별 사죄 안 되고 과거에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 식으로 그 정도 사죄하는 거면 모르겠다. 어제 그렇게 입장 나왔더라고요.
◆ 강창일> 그래서 그것도 구체적인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잘 안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전범기업이 참여하지 아니한다, 아니하겠다. 이렇게 됐을 때 우리는 그러면 전범기업에 대해서 우리는 구상권을 요구하겠다. 그렇게 얘기가 된 것 같아요. 맥락을 아시겠죠?
◇ 김현정> 그렇게 흘러갔다?
◆ 강창일> 구상권 얘기가 어저께 갑자기 나왔거든요. 구상권 얘기는. 그러니까 그전에, 일본 전범기업이 참여하게 되면 구상권을 전범기업한테 물을 필요가 없죠.
◇ 김현정> 그들이 참여하면.
◆ 강창일> 전범기업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러면 우리는 구상권을 가지고 나중에 전범기업한테 요구하겠다. 아마 그렇게 얘기 된 것 같아요. 우선은. 그리고 정부 그건 형식의 문제인데 무라야마 담화죠. 간나오토 담화,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쭉 있지 않습니까? 그걸 계승한다. 또 아베도 사과를 했어요. 아베도. 아베 정부에서도.
◇ 김현정> 유감.
◆ 강창일> 사과를 했으니까 그걸 계승한다, 그걸 어떤 형식으로 하느냐 이런 문제인데 그거는 자그마한 문제예요. 일단은 사과한다. 그런데 저는 하나 더 붙여서 일본 기업도 사과해야 된다. 이거예요. 전범 기업도. 저는 그걸 요구하라, 이렇게 지금 이 방송을 통해서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그거는 마지노선이에요. 더 이상 우리는 양보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투 트랙이거든요. 하나는 돈에 관한, 배상에 관한 문제고 하나가 다른 트랙인 사죄에 관한 문제인데 하나하나 볼게요. 우선 배상 문제. 일단 우리 기업 돈으로만 배상금 모은다는 안에서는 탈피했으니까 아마 지난번보다는 국민들 수용 여부가 좀 열린 것 같기는 해요.
◆ 강창일>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저는 궁금한 게 미쓰비시하고 일본 제철에서는 절대 돈을 한 푼도 우리는 못 내놓겠다는 게 아니라면서요.
◆ 강창일> 아니에요. 옛날 한국이 깊은 경제적 관계를 갖고 있는 회사거든요. 그 회사가 진출을 많이 해 있어요. 포스코에도 주를 갖고 있고요. 하려는데 아베 정권 때 아베가 못하게 해버렸거든요.
◇ 김현정> 저는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아니, 그 회사에서 미쓰비시에서 우리가 전범 기업이고 우리가 배상하겠어라고 하는데 왜 일본 정부가 그걸 막아요?
◆ 강창일> 그러니까 아베 씨는 지금 돌아가셨지만 아주 이념형 정치가예요. 실용주의 정치가가 아니에요.
◇ 김현정> 이념형.
◆ 강창일> 그래서 하면 안 된다, 이렇게 못 박은 거죠. 그래서 꼼짝달싹 못 했는데 지금 기시다 정권은 기시다 수상은 실용주의적인 분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훼방 놓지 말고 오히려 당신들이 돈 내놓으라 권유할 수 있다. 나는 이 대화를 하게 되면 가능하다고 봐요.
◇ 김현정> 기시다도 우파는 우파인데 좀 달라요? 아베와는 결이 다릅니까?
◆ 강창일> 카시아 외상도 그렇고 결이 다르죠. 아주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분이기 때문에 얘기를 잘 하게 되면 가능하다. 그러니까 지금 한일관계 정상화는 우리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일본도 아주 필요하거든요. 국제 환경도 그렇고 북한 핵 문제도 또 경제 차원에서도 아주 필요해요. 그러니까 기시다 정부에서도 이제는 좀 진정성 가지고 한일 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고 그렇게 될 거라고 저는 기대합니다.
◇ 김현정> 기시다 총리는 좀 다르다. 거기에 대해서 기대한다. 이런 말씀. 알겠습니다. 또 하나 트랙이 사죄의 문제인데 지금 아까 제가 일본 측 반응 알려드렸어요. 사죄를 무라야마 담화, 예전에 했던 거를 그냥 잇는다 정도로 하지 개별 기업이 따로따로는 이번에 못 한다. 어제까지 얘기는 그거였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피해자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어제 저희 뉴스쇼에 입장을 알려오셨거든요.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양금덕 할머니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 내가 지금까지 원한이 맺혀서. 어디 가서 뭐 하고 왔냐고 하면 압박당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떨리고 분이 나고 어디에도 남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고 지금도 잠이 안 와요. 내 힘으로 악착같이 지금까지 원한을 품고 삽니다. 눈물로 세월을 지내고 삽니다.
나는 내가 미스비씨한테 사죄를 받아야 옳다고 봐요. 일본 사람이 사죄를 해야, 무릎 꿇고 사죄를 해야 내가 받겠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받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고 마음만은 고마운데요. 왜 잘못한 사람이 있는데, 일본에서 잘못했으니까 무릎 꿇고 사죄를 바랍니다.
◇ 김현정> 이런 입장을 어제 알려오셨어요.
◆ 강창일>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아까 얘기했죠. 일본 정부도 사죄하고 그 형식을 어떻게 하느냐, 이거는 좀 자그마한 문제라고 봐요. 계승하느냐 뭐냐, 이거는 자그마한 문제고 두 번째, 일본 기업. 이분들이 연금도 안 주고 퇴직금도 안 주고 강제 저축시켜서 돈들도 갖고 있고 사과해야죠. 사죄해야죠. 할머니의 말씀이 아주 100번 지당한 말씀이기 때문에.
◇ 김현정> 그냥 무라야마 담화 예전 사죄했던 걸 다시 반복합니다 정도 선으로 정부 관계자가 하는 걸로 그냥 퉁 치고 가려는 분위기인 것 같긴…
◆ 강창일> 안 되죠. 안 되죠. 그건 그 일본 정부고요. 무라야마 담화… 일본 기업, 당사자인 기업이 당연히 사죄해야 해요. 못 할 이유가 없잖아요. 잘못했기 때문에.
◇ 김현정> 대사님, 그러니까 예전에 일본에 오래 계셨고 또 워낙 일본을 잘 아는 지일 전문가시니까 제가 여쭙는데요. 미쓰비시나 일본 제철 같은 전범 기업들은 그냥 사과, 아까 배상도 그냥 해버리려고 하는데 일본이 막는다고 그랬잖아요. 사과도 그냥 하려고 하는데 정부가 나서지 마라, 좀 이런 분위기인 거예요?
◆ 강창일> 네, 저도 그렇게 봐요. 아니, 사과하는 게 큰 잘못이 아니잖아요. 잘못하면 사과해야죠. 그리고 지금 미쓰비시, 먼저 일본이 재벌이 해체됐기 때문에 과거의 일제시대 때의 전범기업하고는 좀 내용은 다르지만 계승하고 있거든요. 그 기업들이. 일제시대 때의 미쓰비시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다 해야 해요. 의무와 책임을 다 해야 하니까 사과하는 것은 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아베 정권에서 못하겠죠.
◇ 김현정> 사과도 배상도 아베 정권이 막은 게 컸다는 말씀.
◆ 강창일> 예.
◇ 김현정> 그럼 그러면 잘하면 지금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풀릴 가능성도 있네요.
◆ 강창일> 저는 풀릴 것이라고 봅니다. 못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풀릴 거예요. 보세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와 지금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연결이 된 김에 한 가지만 더 짚어보겠습니다. 일본이 봄부터, 돌아오는 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쌓아둔 걸 방류한다고 합니다. 이 문제가 또 하나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 같은데 이거 북한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아라는 입장문을 밤사이에 냈더라고요. 이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거?
◆ 강창일> 그러니까 오염수 문제는 제일 피해 입는 지역이 저희하고 중국의 남쪽 중국, 남중국하고 동남아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일방적으로 아주 형식적으로 사전에 잘 상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류한다, 이거는 말이 안 되죠. 그런데 옛날 국제기구를 통해서 하는 형식은 갖췄는데 우리하고 제대로 상의 안 했어요. 또 중국하고도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아마 그게 본격적이 되면 중국, 동남아, 우리 한국 이런 데서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좀 깊게 서로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오해가. 한국 측이나 중국에서 그런 부분을 풀고 이런 식으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형식적으로만 대화하는 채 하고 있어요. 좀 적극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한국과 중국과 동남아하고 논의하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싶어요. 권유하고 싶어요. 일본 정부를.
◇ 김현정> 그런데 그 오염수 쌓아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해야 된다, 이런 일본 내에 중지가 모아진 게 여론은 어떻습니까?
◆ 강창일> 일본 내에서, 일본 국내에서도 아주 반대가 심합니다.
◇ 김현정> 방류에 대해서요?
◆ 강창일> 방류에 대해서 일본 자체도 피해를 입잖아요. 저희 바닷가에서는.
◇ 김현정> 거기도 물고기 먹어야 되는데.
◆ 강창일> 거기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거는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이 있어야 돼요. 실제로 건강에 안 좋은지 생명에 지장이 있는지 없는지 과학적인 실증을 해야 돼요. 여기에서 동참하라 이거죠. 동참시켜야 한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동남아의 당사자들 그리고 일본의 동해안이죠. 동해안의 주변분들, 어민들 동참해서 서로 대화를 해야죠.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일방적으로 건강에 문제없다. 이렇게 발표하고 방류를 강행하고 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렇게 하다가는 이 배상 문제도 잘 안 풀린 상황에서 이게 또 하나 상황을 악화시키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 강창일> 그렇죠. 그렇죠.
◇ 김현정> 또 불씨가 될 수 있단 말씀이에요.
◆ 강창일> 그래서 저는 늘 주장하는 게 멀티 트랙으로 나가야 된다.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 안보 문제는 안보 문제, 다양한 멀티 트랙으로 나가면서 접근해야지 올 오어 나씽으로는 안 된다 이거죠. 사도광산 문제도 그렇죠.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상황에 대한 입장 설명 듣겠습니다. 주일 대사님 고맙습니다.
◆ 강창일> 네, 수고하세요.
◇ 김현정> 강창일 전 주일대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