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는 안 된다?" 쇼트트랙 女王은 왜 공정성을 주장하고 나섰나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가운데)과 김건희(왼쪽) 등 성남시청 쇼트트랙 선수들은 최근 소속팀 지도자 공모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을 해달라고 호소문을 냈다. 사진은 제31회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동계유니버시아드) 쇼트트랙 여자 1500m 시상식 모습. 오른쪽은 서휘민. 대한체육회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 선발에 대한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과 김선태 전 국가대표 감독의 지원에 대해 국내 일부 지도자들이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번에는 성남시청 선수들이 공정한 선발과 능력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간판 최민정(25) 등 성남시청 빙상팀 선수들은 31일 새벽 '코치 채용에 대한 선수 입장'이라는 성명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김다겸, 최민정, 서범석, 이준서, 김건희, 김길리 등 쇼트트랙 선수들이다.

이들 선수는 "저희는 이번 코치 선발 과정이 외부의 영향력에 의한 선발이 아닌,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원자 중 코치, 감독 경력이 가장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며 소통이 가능한 코치님이 오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입장문에 자필 서명까지 하며 의지를 보였다.

최근 일부 지도자들의 성명서에 대해 선수들이 비판 의사를 낸 모양새다. 성남시청 코치 공모에 빅토르 안, 김 전 감독이 지원하자 한국빙상지도자연맹이라는 단체는 "빅토르 안이 러시아 귀화 전 올림픽 금메달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갔고, 김 전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시절 심석희의 폭행 피해를 허위 보고해 징계를 받았다"면서 국내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도자연맹의 성명서에 논란이 커지자 성남시청은 빅토르 안과 김 전 감독을 최종 후보에서 제외했다. 시 관계자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기술, 소통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했다"면서 "빙상계 여론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오는 시각도 평가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지도자연맹의 의도가 통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이 들고 일어났다. 호소문에 나온 "저희는 이번 코치 선발 과정이 외부의 영향력에 의한 선발이 아닌,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은 시가 지도자연맹의 성명서에 휘둘린 점을 꼬집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민정은 SNS에 입장문을 올리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최민정은 "성남시청 코치 선임 발표 직전에 지난 1월 9일 시에 제출한 입장문을 SNS에 올리게 돼 팬 분들께 송구하고, 선수가 어떠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입장문을 낸다는 건 너무도 조심스럽고 건방져 보이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냈다"면서 "코치 선임을 둘러싸고 나오는 기사와 얘기들로 인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덕목들은 뒷전에 있고 사회적인 이슈들이 주를 이뤄 선수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정 등 성남시청 소속 쇼트트랙 선수 6명은 31일 개인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성남시청 코치 채용에 관해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은 최민정이 공개한 입장문. 최민정 소셜미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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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계 일각에서는 이번 성남시청 지도자 공모와 관련한 논란이 자리 싸움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도자연맹의 성명서에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도자연맹의 성명서는 장광덕 회장 명의로 일부 매체들에만 배포됐는데 연맹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다른 지도자들의 이름은 없었다. 빙상 기자단에 속한 중앙 언론사 상당수 담당 기자들은 이 성명서를 받지 못했다. 기자단 간사를 포함해 오랜 기간 빙상을 취재해온 베테랑 취재진이 배제된 것인데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장 회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한국 빙상계의 문제점을 폭로한다며 전면에 나섰던 젊은빙상인연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성남시청 지도자 공모에는 당시 젊은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지도자연맹의 성명서에 여 대표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빙상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른 경쟁자들을 비방하고 반대 여론을 일으켜 결국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 아니겠느냐"면서 "성명서에서는 공정을 강조하고 있는데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 대표는 국가대표 코치 시절 국제 대회에 음주 소동을 일으켜 코치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고 했는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런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빙상은 시설이 부족해 아이스 링크를 차지하는 쪽이 권력을 쥘 수 있다"면서 "그러니 파벌 싸움 등 경쟁이 치열하고 이전투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는 31일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다. 과연 어떤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을지, 성남시청의 결정에 빙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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