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듣다 실려나간 이탈리아 학생들…'고소' 불사한 황당 원인은

팔레르모 대학교·초등학교, 난방 고장에도 수업 강행

연합뉴스

이탈리아 서남부 시칠리아섬 주도 팔레르모에서 최근 며칠간 저체온증 학생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열악한 학습 환경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팔레르모 대학교에서 로베르타라는 이름의 여학생이 저체온증을 호소해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로베르타가 실려 나간 교실은 난방 장치가 고장 난 지 2주가 넘도록 수리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건물 외벽이 통유리로 돼 있어 추위에 취약한 구조였다.

로베르타는 보조 교사가 되기 위해 팔레르모 대학교가 개설한 특성화 강좌를 신청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이 강좌는 매주 금~토요일, 주당 15시간 동안 진행됐다.

가을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이탈리아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교실은 극한의 환경으로 변했다. 교실 실내 온도가 14도 밑으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몇 시간 동안 계속된 수업에 결국 탈이 났다.

그는 "대학 강의가 아니라 생존 강의를 들어야 했다"며 "양털 양말을 두 겹 신고 두툼한 바지, 털코트와 스카프를 입었다. 책상 밑에 집에서 가져온 난방기기를 틀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술이 검게 변하고, 팔과 다리의 감각이 없어졌다"며 동료 수강생들이 응급환자 신고를 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수강생들은 학교 측에 온라인 수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수강생은 "교실이 너무 춥다고 항의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방한복을 입으라'고 답했다"며 "이 강좌에 3천700유로(약 495만원)를 지불했지만 정말로 비참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며칠 전에는 팔레르모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여학생이 저체온증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이 학교는 지난해 3월 교육청에 난방 장치 고장 사실을 보고하고도 1년 가까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수업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돼 거센 비난을 샀다.

해당 여학생의 부모 측은 변호사를 고용해 초등학교 측을 상대로 민사를 넘어 형사 소송까지 제기할 계획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