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 '위험천만'…안전 대책 매뉴얼 '안전관리계획서' 부실 (계속) |
예산 2조 8천억 원이 투입되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는 지난 2019년 10월 21일에 시작됐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는 총 3단계로 나눠 진행되며 1단계 공사는 오는 2026년 말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 공사 구간은 광주 서구 광주광역시청부터 북구 광주역까지 약 17㎞로 정거장 20곳과 차량기지 1곳이 지어질 예정이다.
시민들은 지하철공사가 공공사업이다 보니 극심한 교통 체증이나 교통사고 위험을 감내하는 상황이지만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은 감추기 어렵다.
서구 금호동과 남구 봉선동을 자주 오간다는 운전자 김태석(56)씨는 "하루가 다르게 공사로 인해 차선이 바뀌니까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며 "언젠가 한 번은 운전을 하는데 공사장에서 굴러온 공구가 자동차 바퀴 안으로 들어가면서 바퀴에 구멍이 크게 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보행자들 사이에서도 공사 구간의 보행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민원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 광주 동구 산수동에 거주하는 강미순(61)씨는 "공사 구간 중간에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 공사 구간과 도로를 구분하기 위해 세워둔 가림막 때문에 차가 오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①발주처가 승인한 안전관리계획서 직접 확인…'내용 부실'
광주CBS가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모든 공사 구간의 안전관리계획서 확보해 분석한 결과 교통안전 관련 대책이 없거나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안전관리계획서는 건설기술 진흥법 제62조 1항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착공 전에 설계 도면과 시방서를 토대로 반드시 작성해 발주처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발주처는 안전관리계획의 내용을 검토해 그 결과를 시공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도시철도 2호선 2공구 시공사는 안전관리계획서에 공사구역의 교통량을 조사해 교통흐름을 분석한 뒤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교통량 조사를 하지 않아 안전관리계획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2공구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에는 '기존도로 통행차량 교통량 조사해 서비스 수준분석'과 '분석 결과에 따른 최적의 교통처리 계획 수립'이 명시돼 있지만, 해당 내용은 안전관리계획서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또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공사 계획이 바뀌고 공사 기간도 당초 예정보다 1년 이상 늘어났지만 안전관리계획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시설물 설치와 교통안전 요원 배치도 구체적인 설치 구간이나 배치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다. 주의 표시판, 규제 표시판과 지시 표지판 등 차량 운전자가 공사 구간에 진입할 때 안전 확보를 위해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표지판의 설치 방법은 '교통흐름을 고려해 설치'한다고만 돼 있고 구체적인 설치 기준과 방안은 제시돼 있지 않다.
②안전관리계획서 검토 공구별로 제각각…광주시 차원 종합대책 無
안전관리계획서를 공구별로 점검하다 보니 안전 대책 수준은 제각각이었다. 각 시공사가 제출한 공사 구간별 안전관리계획서를 3명의 도시철도건설본부 직원들이 나눠 맡다 보니 검토 수준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는 총 6개의 공사 구간을 각각 6개의 시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6개 공사구간을 맡은 시공사 제반 사항은 과 3개가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공구별로 시공사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도 담당 과별로 검토하고 승인한다.
애초에 광주시 차원의 통합된 안전 대책이 마련될 수 없는 것으로 발주처에서도 관련 사항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담당자에 따라서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법적으로 들어가야 될 내용만 보는 담당자가 있을 수 있고 섬세하게 검토를 하는 담당자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5공구는 공사 구간 통제를 위해 도시철도 계획노선을 4개 유형으로 분류해 공사 성격에 따라 교통시설물과 통제 계획도 별도로 적시했다. 하지만 6공구의 경우 공사 성격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가시설 공사중주변에 교통 표지판 설치', '공사장 주변 불법 주정차 금지' 등 포괄적인 수준으로만 계획이 제시돼 있다.
안전관리계획서 승인 후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의 안전관리계획서 자료 요청에 대해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공사 담당 간부는 안전관리계획서에 교통 대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철 공사 구간의 핵심 교통안전 대책인 안전관리계획서가 엉터리로 작성되고 도시철도건설본부도 철저한 검증 없이 봐주기식 승인을 해주면서 교통체증과 함께 곳곳에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현장단 최명기 교수는 "공사를 하기 전에 공사 구간을 통행하는 제3자에게 어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미리 예상해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안전관리계획서"라며 "교통사고 등 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통해 안전에 있어 면밀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