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변경' 반대했던 尹의 급변…흡수통일론 회귀하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남한 중심의 통일이 상식이라고 밝힘으로써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흡수통일론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관측과 우려가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만약에 북한이 지금 우리 남쪽보다 더 잘 산다면 그쪽 중심으로 돼야 될 거고, 남쪽이 훨씬 잘 산다면 남쪽의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되는 게 상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단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지금 남쪽보다 더 잘산다면 그쪽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될 것"이라고 밝힌 점만 보더라도 부적절하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어진 '남한 중심의 통일' 언급 역시 불과 다섯 달 만에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기자회견 때 "북한 지역의 어떤 무리한, 또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같이 설명하며 "제일 중요한 건 남북 간 평화 정착이고, 북이 자연스레 변화한다면 환영하는 것뿐"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태도 급변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된다. 통일부가 올해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를 연상시킨다.
 
한반도 정세 급변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통일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북한 체제의 시한부 종말설과 함께 공공연히 제기됐던 주장이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북한은 이후로도 핵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며 예상을 빗나갔고 문재인 정부 이후 흡수통일론은 폐기되는 듯했다. 가능성 여부를 차치하고 급격하고 인위적인 방식은 한반도 미래에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흡수통일을 공식화한 적은 없다. 이는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가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남북 화해와 협력을 토대로 한 평화적·점진적·단계적 통일 원칙을 일관되게 표방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남한 중심 통일'이라는 직설적 언급을 한 것은 과거 보수정부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고는 했지만 화법은 그래도 간접적이었다.
 
결국 윤 대통령의 흡수통일 발언은 가뜩이나 악화된 남북관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체제 유지에 급급한 북한은 외부의 흡수통일 시도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한 것도 북한의 격한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이전부터 '멸공'이나 '선제타격' 등의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해왔다.
 
또 최근에는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해 '압도적 대응'과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지시하는 등 긴장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로 인해 유엔사가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리며 긴장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윤 대통령은 충분한 철학과 전략적 고민 없이 매우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우려를 나타낸 뒤 "혼돈과 불확실성의 동북아 정세 속에서 국민들은 용감한 지도자보다 안전한 지도자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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