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지전' 춘천 인민군 2, '관상' 진무, '베테랑' 최상무 수행원, '성난 변호사' 부하직원, '터널' SNC 동료 기자, '택시운전사' 보안사 1…. 지난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한 후 2011년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속 200회 뮤직피버 FD 역으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그렇게 조·단역으로 자신을 갈고닦으며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온 배우가 바로 서현우다.
그리고 '1987'의 공안부 검사, '남산의 부장들' 전두혁 등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오더니 드라마 '악의 꽃'을 통해 처음으로 주연의 자리에 올랐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로 '서현우'라는 이름을 진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유령'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인물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동료를 걱정하고 두고 온 고양이 때문에 눈물짓는 천은호 계장을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또 다른 서현우의 얼굴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서현우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이 너무 신기하다"
요즘 플랫폼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에서 활약 중인 배우를 한 명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서현우'다. 오랜 무명을 거쳐 이제는 그 시간이 아쉬울 만큼 매 작품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 서현우 역시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정말 매일이 너무 신기해요. 사실 제가 요즘 희한한 체험을 하는데요. 마스크 쓰고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데 옆에 계신 분이 '잘 봤습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놀라서 '저를 아세요?'라고 했어요. 정말 너무너무 신기하고, '행복'이라는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아요. 또 한편으로는 이 좋은 기운을 갖고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더 생겨요."
서현우는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당장 '헤어질 결심' 속 사철성과 '유령' 속 천은호 계장만 두고 봐도 그렇다. 매 작품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를 두고 보통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고 표현하는데, 서현우야말로 이에 걸맞은 배우다.
서현우는 자신이 마치 도화지처럼 무언가를 그리기 좋은 얼굴이라며 그마저도 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맨얼굴이 선이 강렬하지 않아서 배우로서는 색을 입히고 덧칠하고 꾸며내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내심 부모님께 감사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어 "나도 이 일이 너무너무 즐겁다. 또 다음 작품 할 때는 어떤 의상을 입고 어떤 분장과 어떤 사건을 만나고 어떤 상대방을 대할지, 이 과정을 일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하다"며 "정말 중독자일 정도로 현장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서현우의 슬기로운 역할 생활
진폭이 큰 연기를 선보이는 만큼, 캐릭터를 작품에 깊이 녹여내는 것만큼 서현우에게 중요한 또 다른 하나는 바로 건강하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작품에서 인물이 자리매김하는 부분과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의 비율을 5 대 5 정도로 항상 생각하고 있다"며 "만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선택해서 했다면 캐릭터 질감이 다 비슷했을 것이고, 반대로 잘할 자신이 없음에도 욕심을 내서 선택하면 잘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이 비율을 잘 여태까진 잘해온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역할을 하고 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비워내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헤어질 결심'에서 사철성을 연기한 후 천 계장을 연기할 때 사철성의 질감을 쌓아놓고 천 계장에 덧댄다면 내게 과부하가 걸렸을 것"이라며 "그래서 작품을 끝내고 나면 머릿속에서 털어내고 마음속에서 비워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역할을 대할 때도 감정으로 연기에 접근하기보다 인물의 행동, 선택, 효과적인 표현에 치중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인물의 대사나 행동을 통해 감동을 받거나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건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점도 반영돼 있다.
그는 "만약 모든 작품에 감정을 실어버리면 '나'라는 한 인간이 파괴될 거 같다"며 "다음 작품을 할 때도 조금 더 수월하게 그 역할에 놓일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키고 싶은 배우로서의 본분
자신만의 건강한 방식으로 작품과 캐릭터를 대하고 있는 서현우는 앞으로도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도전을 거듭하면서도 놓치지 않고 싶은 지점이 있다고 했다.
"저는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계속해서 색깔을 바꿔내고 싶어요. 사실 작품을 하다 보면 익숙함이 생겨요. 본능적으로 이렇게 하면 오케이 하더라, 이 정도 시선 처리하면 감독님이 넘어가시더라, 이렇게 말이죠. 관객들도 나쁜 평은 없다며 저도 모르게 제 뒤에 '타협맨'들이 막 서 있어요. '이 정도까지 어때?' '이 정도만 하지?' 이런 느낌이 와요. 이것과 계속 싸워내고 있어요."
서현우는 다양한 모습을 시도하는 게 배우로서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렇게도 접근하는구나' '저런 색도 나오는 구나' 이런 즐거움을 드리는 게 배우의 본분이라 생각한다. 몸이 힘들면 자꾸 편한 걸 택하기에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오케이 사인이 나도 한 번 더 가고 싶고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한 번 더 정진해 보고 개척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현우는 '유령'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했고, 관객들 역시 '유령'에서 천은호 계장을 보며 서현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현우는 예비 관객들을 위해 '유령'을 더욱더 재밌게 볼 수 있는 팁을 공유했다.
"'유령'이 스파이 액션물이고 정말 너무나 멋진 미장센과 열연들로 채워져 있지만, 전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영화는 의지적으로 달려가는, 뭔가 개척하고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는 희망을 보여줘요. 지난해도 정말 다사다난했는데, 새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유령'을 보면서 희망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