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박소담 "'유령' 촬영하며 배우로서 축복 받았다"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유리코 역 배우 박소담 <상>
박소담이 '유령' 현장에서 느낀 배우로서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영화 '유령' 배우 박소담.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배우 박소담의 장점 중 하나는 '선명성'이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삶과 감정, 영화 안에서 캐릭터의 존재 이유를 스크린에 뚜렷하게 그려낼 줄 아는 배우다.
 
그런 박소담은 '유령'에서도 유리코 역을 맡아 화려한 의상을 갑옷처럼 두르고, 요새 같은 호텔에 감금된 후에도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에게조차 겁 없이 호통치는 당당함과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개성을 보여줬다.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선인인 유리코가 어떻게 총독부 2인자의 직속 비서가 됐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
 
또한 야심가이자 수완가로서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강한 기질을 가진 유리코에게도 숨겨진 반전이 존재한다. 박소담은 유리코가 가진 복합적인 감정은 물론 설명되지 않은 유리코의 전사마저도 그저 박소담이 연기한 유리코를 보며 짐작하게끔 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소담은 유리코를 통해서 해보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봤다고 말했다.

영화 '유령' 스틸컷. CJ ENM 제공
 

'미친 텐션'에 끌려 받아 본 '유령' 대본

 
박소담이 이해영 감독으로부터 '유령'을 처음 제안받으며 들은 이야기는 '미친 텐션'이다. 자신에게 '미친 텐션'을 한번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감독의 이야기에 도대체 무슨 인물이기에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해하며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렇게 '유령'의 유리코는 박소담에게 찾아왔다.
 
도발적인 매력을 무기 삼아 조선인임에도 총독부 실세인 정무총감 비서 자리까지 오른 유리코는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강한 기질을 가졌다. 흑색단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아 호텔에 끌려온 후에도 안팎을 휘젓고 다니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성으로 돌아가려 한다. 표면적으로는 야심만만한 인물이다.
 
박소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기에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제한점이 없어서 더 다양하게 해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유령' 스틸컷. CJ ENM 제공
그는 연기에 앞서 이해영 감독과 함께 유리코의 전사(前史)가 관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점을 명확히 짚고 넘어갔다. 그래서 자신과 감독은 유리코의 전사를 알고 있지만 관객도 함께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도 몰라야 했다. 또한 유리코는 누가 봐도 티 나게 이상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수상해 보이지는 않아야 하는 복잡한 설정의 인물이었다.
 
일단 외적으로는 화려함 외에도 일본어를 제대로 구사해야 했다. 박소담은 촬영 전에도 수업 받았고, 촬영 후에도 공부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자신이 해야 할 일본어 대사를 남녀 일본어 선생님께 다양한 버전으로 녹음해달라고 부탁한 후 매 장면 매 대사 자신이 연기해야 할 감정과 행동에 맞춰 연습했다.
 
이를 이야기하며 박소담은 일본어 연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또 다른 인물을 떠올리며 웃었다. 극 중 자신의 후임으로 온 비서 역의 가수 비비(김형서)의 연기를 보며 완벽하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
 
박소담은 "후임 비서로 온 비비씨와 욕설을 섞어가며 통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비비씨가 먼저 찍고 난 후 감독님이 그걸 보여주셨다"며 "너무 몰입이 잘 돼서 감독님께 먼저 찍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비비씨에게도 내 전화를 함께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유령' 스틸컷. CJ ENM 제공
 

유리코를 둘러싼 갑옷을 벗어 던지며 느낀 시원함

 
그렇게 차곡차곡 유리코를 쌓아간 박소담은 유리코의 정체가 밝혀지며 또 다른 깊이를 가진 유리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분기점이 되는 장면이 유리코가 자신의 상처와 외로움, 고통을 생애 처음으로 타인인 박차경(이하늬)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신이다.
 
박소담은 "그 장면 찍는 날 너무 긴장됐다. 유리코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갖고 살아왔는지를 직접적인 어떤 문장이 아닌 유리코의 흉터들로 설명해야 했다"며 "그 신에서 유리코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차경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짧고 굵게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그 신에 굉장히 많이 집중했었다"고 이야기했다.
 
복잡하고 전사를 숨겨야 하는 유리코를 연기하면서 박소담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내면의 외로움과 처절함을 '유리코'라는 예쁘게 꾸며진 갑옷 안에 감추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 유리코는 차경에게 자신을 드러낸 이후 자신을 감춰온 모자도, 하이힐도 던져버리고 치마도 과감하게 찢어버린다.
 
박소담은 이조차도 어느 정도로 던지고 찢어야 할지 감독과 하나하나 물어보며 디테일하게 만들어 나갔다. 그는 연기하면서도 "갑옷을 하나하나 벗어내면서 오히려 시원했다"고 말했다.
 
"모자도, 하이힐도 벗어 던지고 치마도 찢고…. 점점 내면의 안강옥(유리코의 본명) 나오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확장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기에 나는 뭐든 해도 된다, 어떻게 하면 더 다른 걸 해볼 수 있을지가 기대되고 신이 났어요."

영화 '유령' 배우 박소담. CJ ENM 제공
 

"배우로서 축복받았다"

 
'유령'에서는 박소담의 '미친 텐션'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특송'을 통해 뛰어난 액션 연기를 선보인 박소담은 이번 작품에서도 강도 높은 다양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는 "'특송' 때는 훈련받지 않은 인물이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생활 액션을 했다면, '유령'은 훈련받은 인물의 액션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액션을 했다"며 "눈감고도 총을 쏠 수 있을 정도로 훈련받은 인물이기에 몇 주간은 총을 제대로 들고 걷고 뛰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유리코는 액션 외에도 박소담에게 외적으로도 새로운 재미를 안겨줬다. 그는 "다른 인물에 비해 의상도 화려하게 많이 입었다. 자신을 화려함이란 갑옷에 숨긴 유리코란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의상도 한 몫 했다"며 "치마와 코트의 색 대비, 치마를 찢을 때 그 길이를 얼마만큼 할 것인가의 디테일까지 감독님과 의상 감독님과 함께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그는 "화려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의상도 처음 해보는 거였다"며 "그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동시에 또 점점 화염에 메이크업이 지워지고 머리가 풀리며 모든 게 날것이 되어가는 안강옥의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배우로서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령'은 감독님의 디테일과 오와 열이 잘 맞는 미장센 등 볼거리가 정말 많아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또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많은 분이 'N차 관람'을 이야기하시잖아요. 하늬 선배님과도 기술 시사와 언론배급시사회 이렇게 두 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또 다른 게 보여서 또 보고 싶다는 이야기 했거든요. 우리 영화, 정말 볼거리가 굉장히 많습니다."(웃음)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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