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친윤을 표방하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가 강해지면서, 1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 비윤계 표심이 갈 길을 잃고, 상대적으로 정치 저관여층에 속하는 당원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형국이다. 적극 지지층 중심의 투표가 예상되며 '윤심'에 더 가까운 김기현 의원에게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은 변수를 만들어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27일 통화에서 "애초에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전 대표를 선출했을 때나 대선후보를 정할 때보다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데, 나경원 전 의원까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큰 흥행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며 "열성적인 당원 중심의 투표 참여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비윤의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주 넘게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전당대회 흥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친윤 대 비윤이라는 선명한 프레임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겠지만, 다른 당권주자와 달리 행보 자체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결국 불출마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이미 당권주자들이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는데, 유 전 의원은 보이지가 않는다"며 "고심이라기보다는 출마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윤계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당대표 선거에 참여할 요인이 약해졌고, 저관여·중도 성향의 당원을 유인할 요소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며 새로 유입된 젊은 당원들이 최소 10만명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이제 누가 당대표가 되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직전 민주당 전당대회처럼 투표율 자체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선두권인 두 후보 측 모두 투표율에 따른 유불리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투표율이 낮을 경우 김기현 의원에게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전통 지지층에서 김 의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투표율이 낮을수록 조직력의 힘이 더 강하게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80만 당원이 선거인단이라 표심을 읽을 수 없다지만, 투표율이 낮으면 전국 당협위원장들에 기반한 조직표가 작동하기 쉬운 환경이 될 것"이라며 "변수가 없다면 당에 오래 몸담은 김 의원이 실제 여론조사보다 더 큰 차이로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2위인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는 투표율을 높여야 반전을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안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조사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33.9%의 지지를 받아 김 의원(40%)에 이어 오차범위 내에서 2위를 기록했는데, 직전 조사보다 16.7%p 수직 상승한 수치다.
투표율이 낮아 진성 지지층 위주로 투표가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간 괴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안 의원에게는 중도 성향 당원의 참여를 독려할 기제가 필요하다. 앞서부터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출마를 꾸준히 요구해온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양강구도가 짜여진 현재 추가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의원이 김 의원으로는 안 된다는 네거티브를 더 선명하게 꺼내 드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투표율이 역대 최다였던 이준석 대표 선출 때(45.3%)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수치는 나와야 해볼 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사에 언급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국민의힘 지지층 95% 신뢰수준, ±4.8%p)다. 조사는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