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첫 검찰 조사 이후 18일 만에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으로 또 소환되는 가운데, 첫 조사 때와는 사뭇 다른 이 대표의 준비 태도에 이목이 쏠린다.
조사 대비 마치고 전북行…대장동·위례 의혹 적극 해명할듯
26일 이 대표 측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미 28일 검찰 소환조사에 대비한 주요 답변 내용과 법률 검토 등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 동안 최대한 외부 일정을 자제하며 변호인단과 조사에 대비했다고 한다.이 대표는 검찰 신문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대장동·위례 의혹과 관련해 해명해 온 내용들을 서면으로 정리해 전달하거나 이를 읽어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측근들의 관측이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조사 당시 검찰에 A4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하며 자신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단 검찰 신문에 하나하나 대응하며 이끌려 다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기소된 대장동 의혹 관련자들의 공소장에 이 대표 이름이 수차례 적시돼 검찰이 유죄를 예단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 측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조서에 불리한 빌미를 잡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검찰이 '답정기소(기소로 답이 정해져 있다)'로 조사하고 있다며 자신의 의혹을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때와 달리 민생행보 '적극'…출석도 '나 홀로'
당 대표로서 이슈파이팅과 어젠다 세팅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이 대표가 지난 검찰 조사를 앞뒀을 때보인 행보와 다른 점이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검찰 조사 하루 전까지 민주당의 기반인 전북 지역을 돌며 적극적인 민생 행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전북 정읍역 앞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수없이 공격당하고 음해당했지만 결국 다 실체가 드러나 많은 국민이 제 진정성과 성과를 인정해 이 자리에 왔다. 저는 사필귀정을 믿는다"며 검찰 조사에 맞선 자신의 무고함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18일에도 서울 망원시장에서 소환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히며 검찰이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규탄한 바 있다. 성남FC 후원금 조사 직전까지 공개 행보를 자제하며 조사에 대비하던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는 검찰 조사에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여론을 최대한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 연장으로 이 대표는 전북 행보 직전 국가범죄 소멸시효 배제를 촉구하는 '국가폭력피해자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사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부당한 검찰 수사'와 국가폭력을 연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는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야당탄압을 멈추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의 출두 방식도 지난번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동료 의원들의 동행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측근들은 동행의 뜻을 밝혔지만 이 대표는 재차 거부하며 당무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조사 당시 40여명의 의원을 대동한 채 포토라인에 선 것과는 정반대 태도다. 다만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더라도 출석길에는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있다.
이 대표가 나 홀로 출석을 강조한 배경에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당과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 1차 조사 당시 의원들의 동행을 두고 당 안팎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에 동원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키고 싶은 마음이야 다 똑같지만 검찰이 추가 소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앞으로 조사가 몇 번 더 있을 수 있어 매번 동행하는 모습이 나올 경우 이 대표와 당 모두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