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대표의 보조금 횡령 의혹이 불거진 부산 사상구 유일의 장애인 전문 어린이집이 폐쇄를 한 달가량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아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법인으로부터 건물을 기부채납 받거나 폐쇄 처분을 연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청은 지역 내 A장애인 전문 어린이집의 폐쇄를 앞두고 기부채납과 처분 명령 변경 등을 검토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사상구청에 따르면 A어린이집 대표 B씨는 지난해 국가보조금 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의 부정 수령 보조금이 1천만원을 넘을 경우 문을 닫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청은 지난해 6월 A어린이집에 대해 즉시 폐쇄 행정 처분을 내렸다. 이후 행정 이의 신청기간과 어린이집의 교육 과정 등의 이유로 2월 말까지 폐쇄하는 것으로 처분이 변경됐다.
B씨는 어린이집 폐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B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한 상태다.
문제는 A어린이집이 사상지역에서 유일한 장애인 보육 전문 기관이라는 점이다. A어린이집이 예정대로 문을 닫을 경우 원생인 장애 아동 32명은 당장 갈 곳을 잃게 된다.
사상구는 지난해부터 원생들의 보육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폐쇄를 불과 한 달가량 앞둔 지금까지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청은 먼저 A어린이집을 소유·운영하는 법인으로부터 건물을 기부채납 받아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A어린이집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라, 이마저도 규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사권이 설정된 건물은 기부채납이 불가능하다.
이에 구청은 근저당권 수천만원을 구 예산으로 해소해서라도 기부채납을 받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기부채납의 형식을 빌리지만 지자체가 건축 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를 '반납'받는 개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시설을 기부채납 받는 행위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부산시는 A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법인이 해산하지 않고 운영권을 계속 소유한 상황에서 기부채납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국비와 시비, 구비가 모두 투입되는 기관인 만큼, 기부채납을 위한 절차도 매우 복잡하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가 보조금이 50% 투입된 만큼 먼저 건물의 사용 용도를 변경하는데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후 법인 해산 절차를 거치고 재산 처분을 검토해야 하는데, 적법한 목적과 절차의 기부채납이 가능할지 판단은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상구청은 폐쇄 기한인 2월 말까지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어린이집 폐쇄 명령 처분 기한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폐쇄 처분 명령을 취소해 우선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장애아동들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보육사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해진 행정 절차와 규정대로만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법을 찾기 위해 폭넓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