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길인 25일 아침, 한파가 절정에 이른 가운데 시민들은 일상회복에 나섰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 시민들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에 머무른 이날 오전 5시 서울역에서 만난 막바지 귀경객과 역귀성객들도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을 담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연신 "너무 춥다", "발이 시렵다"며 손에 쥔 핫팩을 주무르고 옷깃을 여미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서울역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50대 A씨는 "이 날씨에 버스를 10분이나 기다리고 있다"며 "너무 추운데 아직 2분이나 남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은평구에 사는 택시 기사 김모(77)씨는 "새벽 4시에 출근해 날씨부터 확인하니 영하 16도였다"며 "첫 손님으로 대학교에서 청소일을 하는 부인을 데려다줬는데 날이 추워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연휴는 끝났지만, 날씨가 이렇게 추우니 손님이 많을지 걱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에 시민들은 방한용품을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대구로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20대 B씨는 "서울은 다른 것 같다. 바람이 말 그대로 칼바람"이라며 "어제부터 심상치 않아 날씨가 귀마개와 넥워머, 장갑 등 방한용품을 단단히 챙겨 왔다"고 했다.
새벽 4시 반 서울역에서 만난 김모(68)씨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양말을 한 개 더 신었다. 그래도 발목이 많이 시리다"며 모자를 눌러썼다. 야외에서 일한다는 김씨는 "매일 7시 20분에 조회를 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직원들에게 핫팩을 나눠줘야겠다"고 했다.
서울역에는 막바지 귀경객도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올라와 자취방에 들렀다 바로 출근해야 한다는 김모(35)씨는 "연휴 동안 고향 친구들도 만나고 집에서 쉬다 왔다. 어머니가 반찬을 많이 챙겨주셨다" 분홍 보따리를 들어 보였다. 김씨는 "서울이 많이 춥다는 소식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 목도리를 챙겨주셨다"고 했다.
역귀성 한 자녀와 부모님을 배웅하러 온 시민들도 있었다. 50대 C씨는 "지방에 사는 아이와 연휴를 같이 보냈다"며 새벽에 아이 데려다 주느라 나왔는데 너무 한기가 느껴져 KTX를 타러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왔다고 했다.
이어 "아이에게 옷을 완전히 두껍게 입으라고 했는데도 걱정돼 남편 옷까지 덮고 가라고 했다. 위기의식이 느껴질 정도로 추운 날씨"라고 말했다.
추위가 두렵지 않다는 시민도 있었다. 스물 살을 맞아 친구와 부산 여행을 가기 위해 서울역에 왔다는 송모(20)씨는 "춥긴 했지만, 추위보다 옷이 먼저라 패딩도 안 입었다. 대신 목도리를 챙겨왔다"고 웃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18도, 인천 영하 16도, 수원 영하 17도 등으로 기온은 하루 종일 영하권을 맴돌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륙 지역에는 한파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기온보다 5~10도가량 더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