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 70명이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를 형사 고발했다. 해외동포들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를 상대로 한 법적 다툼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고발인 대표를 맡고 있는 박동규 변호사(미국 뉴욕)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평통 김관용 수석부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인들은 김 수석부의장을 피고발인으로 지정했으나 고발장에는 평통사무처 석동현 처장을 '위법 조치의 배후자'로 지목했다.
고발인들이 문제 삼은 것은 석 사무처장 명의로 지난달 5일 단행한 평통 미주지역회의 최광철 부의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다.
이들은 최 부의장에 대한 직무정지라는 징계 조치는 어떠한 관계 법령에도 존재하지 않는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부의장이 건강 문제 등 일신상의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만 직무대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데도 사무처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만든 뒤 직무대행자를 지정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고발인들은 나아가 평통 사무처가 평통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부의장직을 해촉 하도록 규정한 민주평통자문회의법을 위반해 직권남용 권리방해행사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사무처가 최 부의장의 직무정지 사유로 제시한 지난해 (12월 11일자) 미주지역협의회장들의 건의문에는 최 부의장의 직무정지 또는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아울러 미주지역회의 간사의 운영비 회계처리 부적정 관련 주장도 횡령 또는 배임 등의 법령위반 사안이 아니며 지역회의에서 협의회로 후원한 영수증 보완 등 집행지침 준수로 해결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따라서 이들은 "이 같은 불법적 직무정지 조치가 미주지역 부의장을 윤석열 대통령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교체하기 위한 목적의 찍어내기"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어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목적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며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시키는 것"이라며 "민주평통은 특정 정부의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의 집합소가 아니며 결코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끝으로 최 부의장의 직무정지 사태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진 평통 사무처의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 참석자 뒷조사 의혹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해당 컨퍼런스는 최 부의장이 별도로 대표를 맡고 있는 미주지역 최대 유권자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지난해 11월 워싱턴DC에서 연방의원들과 소통 및 협력을 위해 개최한 행사다.
평통 사무처는 이 행사가 종전선언이 주장되는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방향과 맞지 않는 행사였다는 이유로 이 행사에 참석한 평통 자문위원들에 대해 경위 조사를 벌였다.
고발인들은 이에 대해서도 "민주평통 사무처의 진상조사란 명분의 해외동포 블랙시스트 정치사찰 의혹과 미국헌법이 보장하는 미국 시민권자들의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 등 자유 민주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추가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한편, 이번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70명은 대부분 북미에 거주중인 한인 동포들로 성직자, 변호사, 회계사, 자영업자, 직장인 등 다양한 직종 종사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