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왜 안 뽑았나?" 추신수의 소신, 팬들은 불신?

프로야구 SSG 베테랑 추신수. 노컷뉴스

프로야구 베테랑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발에 대해 내놓은 소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추신수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시즌 뒤 가족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이 방송에서 지난해 KBO 리그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소감 등을 밝혔다.

WBC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생각도 드러냈는데 유튜브를 통해 이를 접한 국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학교 폭력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던 안우진(24·키움)을 뽑았어야 했다는 대목이 설왕설래다.

추신수는 라이벌 일본이 국제 대회를 위해 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뽑았다면서 한국도 미래를 위해 안우진, 문동주(20·한화) 등 영건들을 뽑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안우진은 지난해 탈삼진(224개), 평균자책점(2.11) 2관왕과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한국 최고 투수로 거듭났지만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지난 4일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당시 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선수 선발 기준은 기량과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 자긍심 등으로 삼았다"고 안우진 탈락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오랜 기간 고민해서 결정한 엔트리"라면서 "부상 등 이슈를 안고 있는 선수들만 교체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발탁 가능성 여지도 두지 않았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 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또한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아마추어 대회에도 영구 출전 불가한 상황이다. 다만 WBC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주관이라 출전이 가능하지만 KBO는 이마저도 불허했다. 야구 외적으로 불거질 논란을 미리 차단한 모양새다.

이에 추신수는 안우진이 과거를 반성하고 이와 관련한 징계도 받았는데도 대표로 뛸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안우진처럼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후배를 위해 야구 선배들이 나서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키움 우완 안우진. 연합뉴스

하지만 추신수의 소신 발언은 팬들의 역린을 건드린 모양새다. 한국 스포츠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성적보다 공정성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부각됐다. 물론 당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노선영이 오히려 후배 김보름(강원도청)에 폭언을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이른바 '왕따 주행'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동료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의 고(故) 최숙현 사건 등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안우진의 대표팀 승선 불발이 불합리하다는 추신수의 발언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야구 대표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당시 선수 선발이 불공정했다는 지적에 논란이 커지면서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이 사퇴하는 등 팬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다. 암묵적으로 각 팀별로 병역 미필 선수들에게 안배됐던 아시안게임 대표팀 규정도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

물론 안우진을 구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당시 동기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안우진이 희생양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안우진이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점도 이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우진이 학교 폭력과 무관하다는 점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KBO가 빼어난 재능과 실력에도 안우진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다. 아시안게임에서 보듯 자칫 소탐대실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MLB에서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218개)에 1652경기, 타율 2할7푼5리(6087타수 1671안타), 782타점, 157도루 등 한국인 최다 기록을 세웠다. 꾸준한 기부와 한국 야구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쓴소리로 시설 개선을 이루는 등 선행과 소신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 소신 발언과 관련해서 추신수는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추신수는 후배들이 안타깝고 본인 역시 잘못이 있었지만 깊이 반성한 점을 들어 소신껏 발언했지만 국내 팬들의 잣대가 아직 엄격한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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