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 2022-2023 V리그'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4라운드 경기가 열린 21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 두 팀 모두 분위기 반등이 절실했다. KB손해보험은 2연패, 삼성화재는 3연패 중이었다.
특히 KB손해보험은 이날 경기에서 지면 승점 1 차의 7위 삼성화재에 6위 자리를 내줄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거둔 KB손해보험으로서는 최하위로 처진다면 자존심이 상할 판이었다.
경기 전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승부의 관건으로 서브 리시브를 꼽았다. 후 감독은 "최근 삼성화재의 서브가 다양하고 좋아졌다"면서 "리시브 라인이 버텨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현대캐피탈과 원정에서도 후 감독은 리시브를 강조한 바 있다. 후 감독은 "리시브가 어느 정도만 되면 우리 세터는 황택의기 때문에 상대 블로킹을 흔들고 빼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리시브가 흔들려서 상대 블로커 3명이 오면 누가 와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KB손해보험은 리시브 효율에서 20%에 머물러 48%가 넘은 상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1 대 3으로 졌다.
당시 후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27·195cm)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후 감독은 "한성정이 공격에서 조금 더 보여줘야 하는데 안타깝다"면서 "본인도 신경을 쓰다 보니 리시브까지 흔들린다"고 짚었다. 이날 한성정은 3점에 리시브 효율 20%에 머물렀고, 17일 OK금융그룹과 경기에 결장했다.
하지만 삼성화재와 경기에 후 감독은 다시 한성정을 선발로 냈다. 후 감독은 "한성정과 면담을 하면서 '네가 경기를 뛰면서 해줘야 할 몫이 있다'고 했다"면서 "이어 '스트레스 있을 테지만 편하게 잘 하든 못 하든 마무리를 져야 한다'고 당부했고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으니 좋은 경기를 해주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후 감독의 조언이 힘이 된 걸까. 한성정은 이날 이전 경기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성정은 이날 7점에 머물렀으나 공격 성공률이 60%에 이를 만큼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주포 비예나가 무려 38점을 쏟아붓고, 황경민도 15점을 보탠 가운데 이들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다.
특히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한성정은 팀에서 가장 많은 32개의 리시브를 시도했고, 효율은 34.48%를 기록했다. 이날 KB손해보험의 전체 리시브 효율이 30%를 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 디그에서도 한성정은 9개 중 7개를 성공시키며 리베로 정민수(12개 중 11개), 황경민(12개 중 10개)과 함께 든든한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역시 OK금융그룹전에 결장했던 비예나가 38점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것도 동료들이 수비에서 버터줬기 때문이다. 이날 비예나는 블로킹 5개, 서브 3개, 후위 공격 17개 등 3개 부문에서 3점 이상을 올려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했다.
결국 KB손해보험은 세트 스코어 3 대 1(25-23 25-20 23-25 25-23) 승리를 거뒀다. 연패를 끊으면서 승점 21(7승 15패)을 기록하며 중위권 도약을 위한 희망을 키웠다.
KB손해보험의 아웃사이드 히터는 황경민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나머지 한 자리를 한성정이 채워줘야 하는 상황. 후 감독은 "홍상혁도 있지만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야 하고 일단 한성정이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한성정이 후 감독의 정성 어린 조언에 반등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